배터리 용량 등 소비자 니즈 충족에 적극 나서야
14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6년 전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2110만대로 전년대비 1.4% 증가했다. 이는 2014년 460만대에서 2015년 2080만대로 성장률이 무려 352.2%에 달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의 낮은 활용도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메시지 확인 등 일부 기능이 편리하긴 해도 독립적인 IT 기기가 아닌 스마트폰의 보조 디바이스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없이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운동량 측정용 정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활용도는 메시지 확인인데, 이 기능은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라며 "스마트워치만의 확실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혁신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 사용자들은 시계, 메시지 확인 및 전송, 통화, 건강 관련 기능 등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기능을 제외한다면, 사용도가 확연히 떨어진다. 킬러 기능의 부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처음 출시 됐을 때 전화 기능은 3대 핵심 기능 중 하나였지만, 지금 전화 기능은 단지 많은 기능중 하나로 인식된다"며 "아이폰이 전화기를 뛰어 넘은 것처럼 스마트워치도 기본 기능인 시계를 뛰어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용량 등 하드웨어적 한계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스마트워치의 배터리를 개선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246mAh에 불과했던 배터리 용량을 애플워치2에서 334mAh로 늘렸고 삼성전자도 기어S의 배터리 용량을 전작인 기어S2보다 52% 향상된 380mAh로 키웠다. 특히 LG전자의 LG워치는 430mAh로 가장 큰 용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실제 사용시 충전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한 스마트워치 사용자는 "하루에 한번 충전하나 이틀에 한번 충전하나 불편한 건 마찬가지"라며 "스마트워치는 신체에 착용하는 기기인만큼 획기적인 배터리 개선으로 충전의 번거로움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계 기능 강화한 하이브리드워치, IT기능 적용하며 시장 확대
스마트워치에겐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의 성장도 위협적이다.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는 기존 아날로그 시계에 스마트워치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세련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알림, 음악재생, 운동량 체크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가 1억1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9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워치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7%에서 올해 12%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스마트워치는 디지털 방식으로 스마트폰과 연동을 주목적으로 하다보니 IT가업들의 범주라면, 하이브리드워치는 스마트 기능을 줄이고 시계의 장점이 강화된 제품으로 전통적인 시계제조사들의 범주인 셈이다.
파슬(Fossil)그룹이 스마트워치 기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 제품을 선보인데 이어, 몽블랑, 태그호이어가 스마트워치 제품을 선보이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애플, 삼성전자 등이 스마트워치라는 신시장을 개척했지만, 기존 시계 제조사들이 IT 기능을 반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하이브리드워치보다 기능이 많지만, 뚜렷한 핵심 기능이 없어 간단한 수준의 스마트폰과 연동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워치는 시계와 스마트폰 사이에서 확실한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며 "혁신적 기능없인 이도저도 아닌 '장식용 전자시계' 정도로 남게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