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 짧게 잡고 상체 숙인 뒤 붙이겠단 느낌으로 '톡!'
모처럼 아이언이 쫄깃하다. 세컨드 샷이 그린에 잘 올라갔다. 하지만 뿌듯함도 잠시, 정작 그린에 올라가서는 한숨부터 나온다. 공이 급경사 내리막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어서다.

내리막 퍼팅은 부모 자식, 부부 사이에서도 일명 ‘오케이(컨시드)’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실수 확률이 높은 위기 상황이다. 짧은 백스트로크에 익숙하지 않은 주말골퍼라면 더욱 그렇다. 자칫 3퍼트, 4퍼트가 나올 수도 있다.

주말골퍼는 짧은 퍼팅 스트로크에 특히 약하다. 짧은 거리 퍼팅에서 주로 오케이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짧으면서도 심한 내리막 퍼팅은 더더욱 실전 훈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최대한 멀리 달아나지 않게 붙이겠다는 생각(송경서 프로)’으로 하는 게 좋다. 넣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손목이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공이 멀리 달아날 가능성이 크다. 그다음이 상체가 최대한 공에 가깝게 어드레스를 하는 일이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선 몸을 평소보다 좀 더 웅크리되, 퍼터 그립도 가능한 한 짧게 내려잡아야 한다. 김용준 프로는 “퍼터의 금속 샤프트 부분이 잡힐 정도로 짧게 잡아야 백스트로크가 섬세해진다”고 말했다.

공을 살짝만 건드려야 할 정도로 심한 내리막 그린에 공이 걸려 있다면 양발의 간격을 좁히고, 5㎝ 이내의 짧은 백스트로크 연습을 두세 번 확실히 해본 뒤 퍼팅하는 게 미스 퍼팅을 줄이는 길이다. 경력이 좀 쌓인 골퍼라면 퍼터의 스위트 스폿이 아니라 맨 아래 리딩 에지(날) 부분으로 공의 적도 부근(옆구리 정중앙)을 건드리는(고의로 토핑을 내는 형태) 것도 공을 멀리 달아나지 않게 하는 요령 중 하나다.

반면 아마추어 사이에서 ‘비법’처럼 회자되는 요령 중 실제로는 효과를 얻기가 힘든 방식이 있다. 퍼터 페이스의 ‘토(toe)’로 치는 방식이다. 토가 완충작용을 해 공을 부드럽게 건드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파하는 아마추어 고수나 레슨 프로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투어 프로 사이에선 ‘방향이 틀어진다’는 이유로 잘 쓰지 않는 방식이다. 최천호 프로(27·엑스페론·사진)는 “공이 토에 맞았을 때 퍼터 페이스가 열려 우측으로 방향이 틀어질 확률이 높다”며 “홀컵에 붙이는 데에만 신경 쓰는 방어적 퍼팅을 하는 경우 외에는 권장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