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생색내기 바쁜 국정기획위
“원래 오늘 발표하려고 했는데 영문을 모르겠네요.” 금융위원회의 한 사무관은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금융위가 14일 오후 3시에 발표하려던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 기준 개편안’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돌연 하루 전에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3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기 부진으로 서민경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율 기준을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0.8%의 우대수수료가 적용되는 영세가맹점을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였다.

문제는 이 발표가 담당부처인 금융위와 사전 협의가 덜 됐다는 데 있다. 당초 국정기획위는 금융위에 “금융위가 발표하기 1~2시간 전에 국정기획위가 먼저 운을 띄우겠다”고 언질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국정기획위 발표는 14일 오후 1~2시에 했어야 한다. 금융위는 뒤늦게 긴급 브리핑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해당 사안에 대한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를 해제했다.

누가 봐도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선 국정기획위가 발표 시점을 앞당긴 이유를 둘러싸고 질문이 쏟아졌다.

금융위 일각에선 국정기획위가 마음대로 발표 시점을 당긴 탓에 금융위가 언론과의 약속을 저버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물론 긴급한 사안이라면 원래 예정보다 발표 시점을 당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개편안에 대한 안내였다. 발표를 빨리한다고 시행일이 빨라지지 않는다. 굳이 담당부처가 언론에 예고한 발표 시점을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국정기획위가 하루 먼저 나선 것은 공(功)을 독점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다. ‘국정기획위가 서민 정책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했다는 얘기다. 국정기획위는 공을 차지하려 애써서는 안 된다. 정부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국정기획 자문이란 본연의 역할을 하기에도 바쁜 곳이어야 한다.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