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주'의 반란…대장주보다 더 뛰었다
KB금융, LG전자, NH투자증권, 엔씨소프트….

이들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 라이벌 기업에 ‘업계 대표’ 타이틀을 내준 ‘2등주’(업종 내 시가총액 2위 종목)란 점이다.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대장주’ 몫이다 보니, 2등주들은 “실력에 비해 홀대를 받는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낸다.

하지만 올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상승장에서 대장주보다 더 반짝인 건 2등주였다.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춘 2등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파른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대장주보다 더 뛴 2등주

‘2등주 반격’의 선봉에 선 업체는 KB금융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주가는 올 들어 13일까지 29.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융 대장주’인 신한지주는 10.72% 오르는 데 그쳤다. KB금융은 시가총액을 23조2470억원으로 불리면서 신한지주(23조7574억원)와의 격차를 5000억원가량으로 좁혔다.

증권가에선 올 들어 KB금융이 급등한 이유로 ‘자회사 효과’를 꼽고 있다.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합병(M&A)으로 통합 KB증권의 시장 장악력과 수익성이 좋아진 만큼 향후 배당수익이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음달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는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에 대한 기대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KB금융은 “은행에 집중됐던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는 등 질적으로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가 은행업종 최선호주로 KB금융을 꼽는 이유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증권의 올해 순이익이 3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2조9064억원인 만큼 KB금융이 올해 순이익 측면에서도 1등 자리를 넘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보기술(IT)업종에서도 올 들어 2등주가 대장주보다 더 빨리 뛰고 있다. 주가 상승률만 따지면 전자업계 2위인 LG전자(66.28%)와 반도체업계 2위인 SK하이닉스(31.54%)가 삼성전자(25.97%)를 눌렀다.

증권업종에서도 2등주 NH투자증권(51.30%) 상승률이 대장주인 미래에셋대우(42.27%)를 앞섰다. 지난달 12일 넷마블게임즈 상장과 동시에 게임주 2인자로 물러난 엔씨소프트는 올해만 64.85% 뛰었다. 반면 넷마블은 공모가(15만7000원)를 밑돌고 있다.

◆소외업종 덜 오른 1등주도 관심

전문가들은 ‘2등주의 반란’에 대해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에 가속도가 붙자 투자자들이 주도 업종 내 주변 주식으로 눈을 돌린 여파”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좋아지는 국면에 이르면 다소 저평가돼 있는 2등주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대장주에 비해 덜 올랐을 가능성이 큰 데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움직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매 장세를 염두에 두고 ‘소외업종의 대장주’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도 업종이 바뀌는 순환매 장세 초반에는 지지부진한 업종의 대장주에 매수세가 몰리는 사례가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에쓰오일(14.64%)의 상승률에 못 미친 SK이노베이션(9.56%)이나 LG생활건강(12.6%)에 한참 뒤떨어진 아모레퍼시픽(-0.31%), 오리온(21.83%)에 밀린 CJ제일제당(5.73%) 등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비해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는 종목들로 꼽힌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