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9~30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그제 발표했다. 두 정상은 다음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만날 예정인데, 그에 앞서 별도 회담을 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대외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북핵·미사일 공조 외에도 사드, 주한미군 분담금, 한·미 FTA 재협상 등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현안들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양국은 일단 회담을 앞두고 동맹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회담 일정 발표 직전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 것은 그런 차원이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 백악관도 성명에서 ‘철통(ironclad)’이란 표현을 써가며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개별 사안들을 보면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다. 사드만 해도 그렇다. 환경영향평가 실시로 사드 배치가 연기된 데 대해 청와대는 “약속을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환경영향평가는 생략돼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놓고도 엇박자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이 세탁기 철강 등 한국산 제품의 수입 규제 조치들을 꺼내 들면서 통상문제도 발등의 불이 됐다.

‘혈맹’이라는 미국을 100% 신뢰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은 억류돼 있는 자국인 석방을 위해 다른 사람도 아닌 북핵 협상을 담당하는 조지프 윤 6자회담 수석대표를 평양에 보냈다. 한국을 제치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미가 이런 여러 우려를 잘 조율해 북한에 단호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다면 김정은은 이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외교 악재를 추가하기엔 한반도 안보 위기가 너무나도 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