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소기업만이라도 수도권 입지규제 풀자"는 전문가들의 제언
새 정부가 화두로 내건 ‘일자리’의 중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각론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논란도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어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초청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선 정책의 부족한 디테일을 채울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이 부위원장도 연신 “새겨듣겠다”며 공감을 표했다. 일자리 정책에 적극 반영하길 기대한다.

먼저 이근 서울대 교수는 “중소기업은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오래 못 버티는 건 임금이 낮고, 직업 안정성이 취약하고, 여가를 즐길 인프라도 없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소기업만이라도 수도권과 대도시 입지 규제를 풀어 청년들이 갈 수 있게 하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또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중기 인력 부족 현황도 넣을 것”을 주문했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23%인데, 중소기업 부족 인력은 26만여 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보다 넓은 시야로 봐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정규직 자체가 사라질 텐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만 치중하면 시대착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도 “일자리는 결국 산업구조의 문제다. 예컨대 서비스산업을 확대한다면서 의료관광은 막고 있지 않느냐”며 규제 혁신의 구체적 계획을 주문했다.

현장의 호소는 더 구체적이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호봉제에 따른 임금 인상은 초임까지 덩달아 높여 신규 채용을 고비용으로 만든다”며 개선을 건의했다. 그는 또 “장시간 근로는 낮은 휴가 사용률과 높은 연월차 수당도 원인”이라고 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 되면 우리 대학은 연간 20억원이 더 든다”며 “그러면 교수·직원 결원이 생겨도 충원하지 못하고 계약직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선한 정책’의 그늘도 살펴 달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격차 해소를 위해 복지보다도 일자리를 최우선시한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자리는 성장과 경쟁력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는 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언제부턴가 성장을 강조하면 기득권 옹호라고 비난한다”(차은영 교수)는 쓴소리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과 더욱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해법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