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우려되는 성과보수 펀드
“요즘 성과보수 공모펀드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대중화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뜻은 좋지만 자산운용사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자산운용업계 한 임원은 성과보수 펀드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금융위원회의 행정지도가 막 시작됐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성의 표시’ 차원에서 저마다 하나씩 내놓고 있지만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성과보수 펀드는 일정 수준(통상 3~4%)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운용보수를 절반만 내는 상품이다. 대신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초과 수익의 10~20%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운용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환매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펀드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투자자는 곧바로 환매해 똑같은 펀드를 되사는 방식으로 성과보수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계속 운용을 맡길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3% 이하일 때 운용보수가 연 0.2%, 목표 수익률 초과수익에 대한 성과보수가 15%인 펀드(선취수수료가 없는 클래스C 기준)에 1000만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펀드 수익률이 10%라면 성과보수는 9만원이다. 투자자가 수익률이 3%가 될 때마다 환매와 재가입을 반복한다면 성과보수를 주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보수 펀드는 운용보수를 아끼기 위한 투자자들의 ‘갈아타기’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투자자가 펀드수익률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와 창구직원들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알려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자산운용업계가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성과보수 펀드를 내놓는 이유는 금융위의 행정지도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5월10일부터 1년간 자산운용사가 새로 공모펀드를 출시할 때 원칙적으로 성과보수 체계를 도입하도록 했다. 공모펀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에서다. 성과보수 펀드가 아니라면 회삿돈 2억원을 해당 상품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금융위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현 규정으로는 당초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공모펀드 시장 위축을 초래할 것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일부 중소형 운용사가 공모펀드 출시를 포기하면서 금융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성과보수 펀드와 관련해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증권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