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임명 강행하고…사과 대신 '국민여론' 앞세운 靑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국민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공정거래 정책의 적임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3일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김 위원장은 이미 검증을 통과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한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논문 이중 게재, 다운계약서 작성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에 어긋나는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끝내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 여론’을 거론하며 임명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 청문회를 부정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문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 위원장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하자가 없다는 게 나타났다”고 했다. ‘어떤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이냐’는 물음엔 “여러 여론조사를 참조했다”며 “많은 분이 김 위원장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라는 일련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인식이 우려스러운 것은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약속을 어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를 견제할 의무가 있는 국회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대통령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여론조사를 근거로 삼은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의견보다 민간 조사기관이 2000명 안팎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더 신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밝힌 김 위원장의 임명을 요구한 단체들도 ‘전국을(乙)살리기국민운동본부’ 등 문재인 정부 및 여당과 ‘코드’가 맞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야당인 국민의당이 임명을 찬성했기 때문에 명분은 있다. 국정 공백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청와대 설명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갈등이 따르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모호한 국민 여론을 앞세운다면 또 다른 독선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