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우성건영] 시장 상황보다 자사(自社)의 능력 정확히 아는 건설회사가 살아남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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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분석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기업분석팀 부장 kwangsoo.lee@miraeasset.com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기업분석팀 부장 kwangsoo.lee@miraeasset.com
중견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김 사장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는 며칠 동안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사업을 수주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규제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데 새 주택사업을 늘리는 자체가 모험이다. 한편으론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강남 재건축사업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잘될 것이란 자신도 있다. 김 사장은 어떤 선택을 해야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답은 ‘둘 다 아니오’일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고민의 출발점부터 문제다. 시장 상황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이 아니라 건설회사의 자체능력이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우리 회사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시장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회사가 이 사업을 잘 수행하고 이익을 낼 수 있을까’하는 자문(自問)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현재의 시장 상황과 업황 변화만을 고민하는 것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린 의사 결정들이 회사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줬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건설사의 중동지역 사업이다. 중동 사업으로 대규모 적자가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산유국 발주가 늘어나자 한국 건설회사들은 좋은 시장 상황만 고려해 무턱대고 수주를 늘렸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적자 규모만 수조원에 이른다. 당시 건설회사 경영진이 수주를 결정할 때 한번이라도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지 묻고 싶다.
반대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회사의 능력을 잘 진단한 뒤 사업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도 많다. 부동산 침체기에 오히려 회사가 크게 성장한 호반건설과 우방이 대표적인 예다. 2010년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자 대부분의 건설회사는 주택사업에 소극적이었다. 호반건설과 우방은 자신들만의 특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과 반대로 갔다. 적극적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해 높은 이익 성장세를 실현했다.
한국의 오랜 주택사업 역사를 되짚어 보면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회사 능력을 잘 발휘해 성공한 건설사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인 2000년 초반 건설회사 대부분이 주택사업에 소극적일 때 대우건설은 대형 건설회사의 강점을 이용해 아파트 공급을 늘렸다. 그 결과 매년 영업이익은 20% 이상 확대됐다. 최근엔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자금조달 측면에서의 강점을 활용해 주택시장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건설업은 선택이 중요한 산업이다. 수주를 통해 회사의 흥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주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이 때문에 더욱 시장 상황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좋은 시장에서는 수주를 늘리고 시장환경이 불안할 땐 수주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제는 선택의 기준을 바꿀 때다. 시장 상황에 맞춰진 잘못된 의사결정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선택의 기준을 시장 상황이 아니라 회사 능력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지, 어떤 시장 상황이 오더라도 괜찮은지, 그 출발점은 역시 ‘자가진단’이다. 회사의 경쟁력과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회사 능력에 맞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대형 건설회사에 유명한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부임했다. 그는 글로벌 개발사업과 투자사업을 확대해 몇 년 안에 신규 수주를 몇 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은 흥분했고 주가도 빠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해외 도시개발 사업과 글로벌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회사 내부에 관련 사업경험을 가진 인력이 전무했다.
무리하게 외부 인력을 충원했지만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실적을 올리기는커녕 지금까지도 이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시장환경이 아니라 자체 능력을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에 맞춰 시장상황에 굴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면 된다. 발견은 창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비단 건설회사뿐 아니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발견’이 필요한 때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기업분석팀 부장 kwangsoo.lee@miraeasset.com
답은 ‘둘 다 아니오’일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고민의 출발점부터 문제다. 시장 상황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이 아니라 건설회사의 자체능력이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우리 회사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시장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회사가 이 사업을 잘 수행하고 이익을 낼 수 있을까’하는 자문(自問)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현재의 시장 상황과 업황 변화만을 고민하는 것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린 의사 결정들이 회사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줬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건설사의 중동지역 사업이다. 중동 사업으로 대규모 적자가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산유국 발주가 늘어나자 한국 건설회사들은 좋은 시장 상황만 고려해 무턱대고 수주를 늘렸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적자 규모만 수조원에 이른다. 당시 건설회사 경영진이 수주를 결정할 때 한번이라도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지 묻고 싶다.
반대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회사의 능력을 잘 진단한 뒤 사업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도 많다. 부동산 침체기에 오히려 회사가 크게 성장한 호반건설과 우방이 대표적인 예다. 2010년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자 대부분의 건설회사는 주택사업에 소극적이었다. 호반건설과 우방은 자신들만의 특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과 반대로 갔다. 적극적으로 주택사업을 추진해 높은 이익 성장세를 실현했다.
한국의 오랜 주택사업 역사를 되짚어 보면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회사 능력을 잘 발휘해 성공한 건설사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인 2000년 초반 건설회사 대부분이 주택사업에 소극적일 때 대우건설은 대형 건설회사의 강점을 이용해 아파트 공급을 늘렸다. 그 결과 매년 영업이익은 20% 이상 확대됐다. 최근엔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자금조달 측면에서의 강점을 활용해 주택시장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건설업은 선택이 중요한 산업이다. 수주를 통해 회사의 흥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주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이 때문에 더욱 시장 상황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좋은 시장에서는 수주를 늘리고 시장환경이 불안할 땐 수주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제는 선택의 기준을 바꿀 때다. 시장 상황에 맞춰진 잘못된 의사결정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선택의 기준을 시장 상황이 아니라 회사 능력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지, 어떤 시장 상황이 오더라도 괜찮은지, 그 출발점은 역시 ‘자가진단’이다. 회사의 경쟁력과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회사 능력에 맞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대형 건설회사에 유명한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부임했다. 그는 글로벌 개발사업과 투자사업을 확대해 몇 년 안에 신규 수주를 몇 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은 흥분했고 주가도 빠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해외 도시개발 사업과 글로벌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회사 내부에 관련 사업경험을 가진 인력이 전무했다.
무리하게 외부 인력을 충원했지만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실적을 올리기는커녕 지금까지도 이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시장환경이 아니라 자체 능력을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에 맞춰 시장상황에 굴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면 된다. 발견은 창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비단 건설회사뿐 아니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발견’이 필요한 때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기업분석팀 부장 kwangsoo.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