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뮤지컬로 환생한 셰익스피어의 햄릿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간사 다양한 갈등 담은 노래·춤 매력
원작 그대로의 스토리 만끽할 수 있을 것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
원작 그대로의 스토리 만끽할 수 있을 것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
‘셰익스피어 이후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 있다. 물론 그가 현대 문화산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남겼는지에 대한 찬사를 담은 표현이다. 뮤지컬도 다르지 않다. 셰익스피어는 아직도 단골로 활용되는 뮤지컬계의 ‘이야기보따리’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모습 그대로 활용된 프랑스 뮤지컬도 있고, 현대 뉴욕으로 배경이 바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있는가 하면, 창작 뮤지컬 중에는 미래 사회 돌연변이와의 전쟁 이야기가 된 경우도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과 버무려져 인기를 누린 사례도 있는데 ‘십이야’를 빌려와 만든 뮤지컬 ‘올슉업’이다. 디즈니가 만화영화로 만들었다가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라이언 킹’도 셰익스피어를 활용한 경우다. 원작과 달리 가슴 찡한 감동과 해피엔딩으로 변주됐지만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해 왕자가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는 ‘햄릿’에서 뼈대를 빌려온 경우다.
보다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를 만나고 싶다면 추천할 작품이 또 있다. 최근 우리말 앙코르 무대의 막을 올린 체코 원작의 뮤지컬 ‘햄릿’이다. 이 뮤지컬은 체코의 국민 가수이자 작곡가인 야네크 레데츠키와 앨범 제작자인 마틴 쿰자크가 선보인 작품이다. 주인공인 햄릿과 연인 오필리어의 사랑과 갈등은 물론 왕비인 거투르트와 왕좌를 찬탈한 클라우디우스의 은밀한 욕정, 폴로니우스 재상의 욕망, 햄릿과 호레이쇼의 우정, 그리고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레어티스의 복수심 등 인간사의 다양한 질곡과 갈등을 노래와 춤에 담아냈다.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이다. 극 중 등장하는 ‘뮤지컬 넘버’(극 중 노래)들의 수려한 선율은 친근하고 대중적이다. ‘산다는 게 연극 같아’라는 노랫말의 ‘오늘밤을 위해’나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가 나오는 피날레 장면의 노래는 꽤나 인상적이다. ‘맘속 깊은 곳까지’로 번역된 햄릿과 오필리어의 노래도 좋다. 원래 영어 제목은 ‘저 하늘 끝까지 날아올라’인데 서정적이고 순수한 첫사랑의 감성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원작 무대가 왜 ‘록 오페라’라는 부제를 활용했는지 이해할 만하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햄릿’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1999년 말 초연돼 600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세우며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영어로도 번안돼 ‘오프 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 외곽 소규모 극장) 무대에 올려졌는데, 이 영어 버전이 다시 체코에서 투어 공연을 펼쳐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뮤지컬 애호가 중에는 그래서 체코 버전과 영어 버전을 비교해 변화된 것과 남은 것을 즐기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언어가 주는 뉘앙스의 차이나 유럽과 미국적 감수성의 미묘한 간극을 짚어내 비교 감상하려는 의도의 반영이라 할 만하다.
초연 1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이번 우리말 무대는 가수 겸 배우 이지훈이 B1A4의 신우, BTOB의 서은광, VIXX의 캔 등 아이돌 스타들과 함께 쿼드러플로 등장한다. 주인공이 여럿이어서 공연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있지만 민영기, 김준현, 최서연, 이정화 등 탄탄한 실력의 뮤지컬 배우들이 합세해 믿음직한 무대를 완성해낸다. 턴테이블 무대가 회전하며 이야기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엔딩 신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다. 친구의 품에서 숨을 거두며 ‘삶이 꿈만 같다’ 내뱉는 햄릿의 독백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많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위대함을 뮤지컬로 만끽해보기 바란다.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모습 그대로 활용된 프랑스 뮤지컬도 있고, 현대 뉴욕으로 배경이 바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있는가 하면, 창작 뮤지컬 중에는 미래 사회 돌연변이와의 전쟁 이야기가 된 경우도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과 버무려져 인기를 누린 사례도 있는데 ‘십이야’를 빌려와 만든 뮤지컬 ‘올슉업’이다. 디즈니가 만화영화로 만들었다가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라이언 킹’도 셰익스피어를 활용한 경우다. 원작과 달리 가슴 찡한 감동과 해피엔딩으로 변주됐지만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해 왕자가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는 ‘햄릿’에서 뼈대를 빌려온 경우다.
보다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를 만나고 싶다면 추천할 작품이 또 있다. 최근 우리말 앙코르 무대의 막을 올린 체코 원작의 뮤지컬 ‘햄릿’이다. 이 뮤지컬은 체코의 국민 가수이자 작곡가인 야네크 레데츠키와 앨범 제작자인 마틴 쿰자크가 선보인 작품이다. 주인공인 햄릿과 연인 오필리어의 사랑과 갈등은 물론 왕비인 거투르트와 왕좌를 찬탈한 클라우디우스의 은밀한 욕정, 폴로니우스 재상의 욕망, 햄릿과 호레이쇼의 우정, 그리고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레어티스의 복수심 등 인간사의 다양한 질곡과 갈등을 노래와 춤에 담아냈다.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이다. 극 중 등장하는 ‘뮤지컬 넘버’(극 중 노래)들의 수려한 선율은 친근하고 대중적이다. ‘산다는 게 연극 같아’라는 노랫말의 ‘오늘밤을 위해’나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가 나오는 피날레 장면의 노래는 꽤나 인상적이다. ‘맘속 깊은 곳까지’로 번역된 햄릿과 오필리어의 노래도 좋다. 원래 영어 제목은 ‘저 하늘 끝까지 날아올라’인데 서정적이고 순수한 첫사랑의 감성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원작 무대가 왜 ‘록 오페라’라는 부제를 활용했는지 이해할 만하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햄릿’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1999년 말 초연돼 600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세우며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영어로도 번안돼 ‘오프 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 외곽 소규모 극장) 무대에 올려졌는데, 이 영어 버전이 다시 체코에서 투어 공연을 펼쳐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뮤지컬 애호가 중에는 그래서 체코 버전과 영어 버전을 비교해 변화된 것과 남은 것을 즐기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언어가 주는 뉘앙스의 차이나 유럽과 미국적 감수성의 미묘한 간극을 짚어내 비교 감상하려는 의도의 반영이라 할 만하다.
초연 1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이번 우리말 무대는 가수 겸 배우 이지훈이 B1A4의 신우, BTOB의 서은광, VIXX의 캔 등 아이돌 스타들과 함께 쿼드러플로 등장한다. 주인공이 여럿이어서 공연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있지만 민영기, 김준현, 최서연, 이정화 등 탄탄한 실력의 뮤지컬 배우들이 합세해 믿음직한 무대를 완성해낸다. 턴테이블 무대가 회전하며 이야기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엔딩 신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다. 친구의 품에서 숨을 거두며 ‘삶이 꿈만 같다’ 내뱉는 햄릿의 독백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많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위대함을 뮤지컬로 만끽해보기 바란다.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