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준 논란에 대해 “국민의 지지가 높다.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임명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만큼 야당 반대는 무시하겠다는 얘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강 후보자까지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관 인선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금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초기부터 야당에 끌려다니면 향후 국정 수행이 더 어려워진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취임 한 달이 넘도록 내각이 짜여지지 못해 국정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및 G20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외교장관 임명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연일 제기되는 장관 후보자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이렇다 할 명시적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여론’을 등에 업고 임명을 밀어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은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니고 문 대통령 스스로 내세운 것이다. 그런 원칙에 위배되는 후보자들을 잇달아 지명하면서 사과는커녕 “지지율이 높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오만과 독선으로 비칠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 위원장이 업무 수행에 하자가 없다는 게 나타났다”고 했다. 어떤 여론조사인지도 밝히지 않고 그저 최근 여당 지지율이 높으니 그러면 된 거 아니냐는 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가. 청와대가 내세우는 ‘국민의 지지’라는 것도 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인 이른바 ‘문위병’들이 온라인을 도배하는 상황에서 과연 믿을 만한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야당 지도자였더라도 이런 논란 속 인물들의 임명에 찬성했을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여론이란 바람과도 같다. 그것을 방패 삼아 소통과 협치 대신 불통과 독선을 밀어붙이다간 언제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