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달구는 기업분할…작년보다 두 배 늘었다
지주사 전환 등을 위해 회사분할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를 쪼갤 때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제민주화’ 법안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모두 38개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 ‘회사분할 결정’ 공시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20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부분 ‘지배구조 개선’ 또는 ‘사업부문별 독립 경영 강화’ 등을 내세운 인적분할 방식을 선택했다.

인적분할이란 특정 사업부를 떼어내 신설 회사를 세울 때 기존 주주가 신설 회사 주식을 존속회사 지분율대로 소유하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신설 회사가 존속 회사의 100% 자회사 형태로 떨어져 나오는 방식을 말한다.

이달 들어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만 BGF리테일, 동아타이어공업, 케이씨텍 등 세 곳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인적분할 증가 배경을 지난해 20대 국회 출범 후 연이어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에서 찾고 있다. 상법 개정안(자사주에 분할회사 신주 배정을 금지)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인적분할시 자사주 처분 의무화)이 통과되면 지주사로 전환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규정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도 신설 회사의 신주를 배정한다”며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지만 분할 때는 신설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자사주의 마법’이 생기기 때문에 지주사 오너가 신설 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현대중공업 오리온 매일유업도 분할 때 자사주를 배정받은 회사가 분할 신설 회사 신주를 10%가량 확보했다.

상장사들의 분할 결정은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 회사일 때보다 분할 후 합산 시가총액이 커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나금융투자가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인적분할 사례를 검토한 결과 96% 안팎의 기업이 분할 후 합산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커졌다. 배당성향도 평균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0일 4개 회사로 분할 재상장한 현대중공업은 한 회사였을 때보다 시가총액이 34% 증가했다. 매일유업과 매일홀딩스도 지난 5일 재상장 당일 합산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9% 정도 늘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기업은 법안 시행에 앞서 지주사 전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올해 역대 최다 인적분할 발표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