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한·미 금리역전' 우려…그래서 한국은 언제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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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인상(1.00∼1.25%)하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 우려가 커졌다. Fed가 연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해 두 번째 금리인상 탓에 미국의 금리 상단과 한국의 기준금리(1.25%)는 동일하다. 미국 금리가 더 오르면 외국인의 자본유출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기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 1999년 이후 '금리 역전' 두 차례…"자금이탈 없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99년 이후 한·미 간 기준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 시기는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6월~2007년 8월' 두 차례였다. 반면 국내에서 대규모 자본이탈이 발생한 시기는 '1997년~1999년', '2008년~2009년', '2015년~2016년' 세 차례.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과거 사례를 볼 때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대규모 자본이탈을 불러왔다고 볼 수 없다"며 "과거 자본이탈은 금리인상 속도와 달러화의 움직임 그리고 국내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금리 역전과 함께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면 자본이탈 속도도 빨라질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프라 정책 등을 고려하면 달러화는 강세보다 약보합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경기를 중심으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해지고 있는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역전 리스크'를 제한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Fed의 금리인상 결정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날 국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채권 담당 연구원은 이에 대해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재닛 옐런 의장의 경기 개선 발언에도 미국채 금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라며 "미국 시장참여자들은 Fed의 경기 전망보다 소비자물가 등 부진한 경제지표에 베팅했다"라고 설명했다.
◆ "연내 금리인상 어려워"…부동산 대출 규제가 먼저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로 내년 1분기가 유력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올해 통화정책은 정부정책과 보조를 맞춰 공조해 나갈 것으로 분석됐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채권·금리 담당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올리며 단기간에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가계대출 문제를 규제하려 준비 중이고, 금리인상 역시 규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공조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보다 시급한 것이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하연 BM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우선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국은행은 정부 추경 편성과 내수 회복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며 "한은의 조기 금리 인상이 기업 부담을 높여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당장 시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은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 안정' 추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는 "가계부채 우려 또한 금리인상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면 오히려 취약계층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 내년 1분기가 '유력'…"단기금리부터 올릴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내년 1분기가 될 수 있다고 김수연 연구원은 예상했다. 다만 이에 앞서 대출금리와 관련된 단기금리를 미리 올릴 수 있다는 것. 금융시장에 미치는 기준금리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대출과 관련된 단기금리를 미리 조절할 수 있다"면서 "중국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위해 올해부터 유동성 공급수단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SLF(단기), MLF(중기)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이면서 디레버리징을 시작했다. 특히 2월, 3월 두 달 동안 인민은행의 자산 규모는 1조1000억 위안 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다시 3조 위안대로 올라섰다.
그는 "예대금리가 실물 경제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중·단기 금리 인상은 자금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높이게 된다"며 "기준금리를 가만히 두면서도 은행의 자금 사정을 압박해 은행 간 레포(RP) 금리가 올라가 간접적으로 대출금리까지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유동성 조절을 통해 대출금리를 미리 올리면 대출을 규제하는 동시에 나중에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대출금리는 이미 오른 상태라서 금융시장에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기보다 채권시장이나 자금 시장에 영향을 주는 금리를 먼저 조절해 미국을 뒤따라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올해 두 번째 금리인상 탓에 미국의 금리 상단과 한국의 기준금리(1.25%)는 동일하다. 미국 금리가 더 오르면 외국인의 자본유출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기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 1999년 이후 '금리 역전' 두 차례…"자금이탈 없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99년 이후 한·미 간 기준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 시기는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6월~2007년 8월' 두 차례였다. 반면 국내에서 대규모 자본이탈이 발생한 시기는 '1997년~1999년', '2008년~2009년', '2015년~2016년' 세 차례.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과거 사례를 볼 때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대규모 자본이탈을 불러왔다고 볼 수 없다"며 "과거 자본이탈은 금리인상 속도와 달러화의 움직임 그리고 국내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금리 역전과 함께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면 자본이탈 속도도 빨라질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프라 정책 등을 고려하면 달러화는 강세보다 약보합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경기를 중심으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해지고 있는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역전 리스크'를 제한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Fed의 금리인상 결정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날 국내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채권 담당 연구원은 이에 대해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재닛 옐런 의장의 경기 개선 발언에도 미국채 금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라며 "미국 시장참여자들은 Fed의 경기 전망보다 소비자물가 등 부진한 경제지표에 베팅했다"라고 설명했다.
◆ "연내 금리인상 어려워"…부동산 대출 규제가 먼저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로 내년 1분기가 유력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올해 통화정책은 정부정책과 보조를 맞춰 공조해 나갈 것으로 분석됐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채권·금리 담당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것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올리며 단기간에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가계대출 문제를 규제하려 준비 중이고, 금리인상 역시 규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공조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보다 시급한 것이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하연 BM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우선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국은행은 정부 추경 편성과 내수 회복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며 "한은의 조기 금리 인상이 기업 부담을 높여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당장 시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은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 안정' 추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는 "가계부채 우려 또한 금리인상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면 오히려 취약계층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 내년 1분기가 '유력'…"단기금리부터 올릴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내년 1분기가 될 수 있다고 김수연 연구원은 예상했다. 다만 이에 앞서 대출금리와 관련된 단기금리를 미리 올릴 수 있다는 것. 금융시장에 미치는 기준금리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대출과 관련된 단기금리를 미리 조절할 수 있다"면서 "중국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위해 올해부터 유동성 공급수단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SLF(단기), MLF(중기)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이면서 디레버리징을 시작했다. 특히 2월, 3월 두 달 동안 인민은행의 자산 규모는 1조1000억 위안 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다시 3조 위안대로 올라섰다.
그는 "예대금리가 실물 경제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중·단기 금리 인상은 자금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높이게 된다"며 "기준금리를 가만히 두면서도 은행의 자금 사정을 압박해 은행 간 레포(RP) 금리가 올라가 간접적으로 대출금리까지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유동성 조절을 통해 대출금리를 미리 올리면 대출을 규제하는 동시에 나중에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대출금리는 이미 오른 상태라서 금융시장에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기보다 채권시장이나 자금 시장에 영향을 주는 금리를 먼저 조절해 미국을 뒤따라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