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그린' 이겨낸 이정은…5언더파 단독 선두
“코스가 너무 어려워 고전했다. 유러피언 투어보다 훨씬 어렵다.”(플로렌티나 파커)

선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CC(파72·6832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파커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강자다. 2014년 내셔널타이틀인 이탈리아여자오픈을 제패하는 등 투어 통산 3승을 올렸다.

선수들을 괴롭힌 건 오후 들어 강해진 바람과 ‘유리알’ 그린이다. 그린 빠르기를 나타내는 스팀프미터 단위로 3.7이 나왔다. 주말 골퍼들이 라운드를 즐기는 골프장 그린 빠르기가 2.5~2.8 정도 된다. 올 들어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중 3.7을 넘긴 대회는 4라운드 내내 3.9 안팎으로 운용한 삼천리투게더오픈과 E1채리티오픈 4라운드밖에 없다.

희생자가 쏟아졌다. 기권자 6명을 뺀 선수 134명 중 128명이 2라운드 중간합계 오버파를 쳤다. 이 중 60명이 예선 탈락했다. 커트라인이 6오버파로 정해졌다. 탈락자에는 파커와 지난해 우승자 안시현(33·골든블루)도 포함됐다.

강풍과 빠른 그린을 지배한 선수는 신예 이정은6(21·토니모리). 전날 2언더파 단독 선두로 대회를 시작한 그는 이날 보기는 한 개로 틀어막고 버디 4개를 뽑아내 2라운드 합계 5언더파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이정은은 지난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올렸다. 이후 출전한 8개 대회에서 여섯 번 톱10에 드는 등 뚜렷한 상승세다.

지난해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을 제패한 오지현(21·KB금융그룹)과 ‘무명’ 안나린(21·교촌F&B)이 2타 차로 이정은을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주 에쓰오일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을 수확한 김지현(26·한화)과 루키 장은수(19·CJ오쇼핑)가 3타 차 공동 4위다.

미국 무대에서 돌아온 장하나(25·비씨카드)는 이븐파로 주춤했다. 한때 3언더파까지 끌어올려 선두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가 막판에만 보기 3개를 내주며 기세가 꺾였다. 공동 7위. 지난해 US여자오픈 챔피언인 브리타니 랭(미국)은 2오버파를 쳐 공동 15위에 머물렀다.

청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