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자랑질 "아~짜증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임모 대리(29)는 얼마 전 스마트폰에 설치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응용프로그램)을 모두 지웠다. 어느 날부터 SNS에 접속하면 뒷맛이 개운치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수백 명 단위로 불어나면서 눈에 거슬리는 글과 사진들이 자주 보였다. 임 대리는 “여행이나 먹을 것 사진으로 가득한 타임라인을 보면 모두 행복한데 나만 일에 치여 사는 것 같아 우울했다”며 “주변에도 SNS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페북 자랑질 "아~짜증나"
SNS 떠나는 사용자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국내 주요 SNS 이용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16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올 5월 카카오스토리 월간 이용자수(MAU)는 125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31만 명에 비해 17.76% 급감했다. 페이스북의 5월 MAU는 996만 명으로 전년(1145만 명)보다 13.1% 줄었고, 트위터도 10%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SNS 이용자가 줄어드는 것은 심리적인 요인과 광고 범람 등 서비스 자체의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서비스가 이용자를 되찾아오려면 이용자의 불만 사항을 반영하고 변화하는 취향을 재빠르게 따라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SNS가 주는 피로감의 원인은 사생활 노출,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부정적인 감정의 전파 현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탓에 ‘SNS 피로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SNS 피로증후군은 과다한 정보와 사생활 공유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일으킬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전 연구위원은 “먼저 하루에 SNS 이용 시간을 정하고 이를 왜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다”며 “SNS를 하면서 부러운 기분이나 불행하다는 감정이 들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자각하면 균형을 잡을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쏟아지는 많은 정보가 뇌에 피로감을 준다는 설명도 있다. 나진경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유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수는 보통 15명 내외”라며 “수백 수천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친구와 소통하는 것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초과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 범람도 이용자 외면 부추겨

타임라인에 광고가 범람하면서 이용자들의 외면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글로벌 MAU가 20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SNS이자 광고 플랫폼 업체로 떠올랐다. 국내 이용자는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업체 광고는 늘어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장 동료나 부모의 친구신청이 부담스러워 접속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서비스 초기 이용자는 대부분 10~20대였지만 인기를 끌면서 평균 연령대가 점점 높아졌다”며 “젊은 세대가 자신들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동영상이나 사진 위주의 SNS로 옮겼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SNS업체들이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려면 빠르게 변화하는 이용자 취향을 잘 따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공유하는 기존 SNS보다는 스냅챗, 스노우 등 동영상을 촬영해 편집·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블라인드’ ‘어라운드’ ‘대나무숲’같이 회사나 사는 곳 중심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SNS’도 공개형 SNS에 지친 사람들에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