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BMW 추격하는 '기아차 스팅어'…제네시스 G70 기다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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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 3.3 GT 몰아보니…순식간에 시속 100㎞
수입 고성능차 부럽지 않은 주행 안정감
수입 고성능차 부럽지 않은 주행 안정감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독일 BMW를 닮은 달리기 솜씨를 보여줘 시장에서 화제다. 스팅어를 안타 본 사람들은 믿기 힘들 정도의 칭찬이 지난 한주간 언론에서 이어졌다.
기자도 스팅어를 몰아보니 올 하반기 시장에 나올 '제네시스 G70'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기아차는 BMW 4시리즈, 아우디 A5 등을 경쟁 차종으로 지목했다. 만일 엠블럼을 떼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스팅어와 여타 수입산 고성능차를 정확히 구분해 낼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지난 8일 스팅어 3.3 GT를 시승해보니 수입산 경쟁자와 드래그레이싱이라도 붙여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팅어 3.3 모델은 2개의 터보차저를 장착한 3.3L 트윈터보 V6 엔진(최대 365마력)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스펙만 보면 '아우디 A7'급이다.
제2영동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아보니 스팅어의 움직임은 날렵하고 다부졌다. 고속 주행에도 출렁이지 않고 노면에 가라앉는 듯한 차체 균형감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자신있게 고성능 스포츠세단을 만들었다고 자랑할 만했다.
앞서 후륜구동 세단 K9에서 보여준 고속 주행 안정감은 이제 스팅어에서 '달리는 재미'까지 보완된 느낌이었다.
시승은 주로 스포츠 모드로 이뤄졌다. 주행 중 노멀과 에코 모드를 바꿔봤다. 페달을 밟을 때 엔진회전수 반응은 스포츠 모드보다 역시 느리다. 연료 소모량을 줄이고 싶을 때 에코 모드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스팅어 3.3 터보 차량과 에코 모드는 궁합이 맞지 않다. 이 차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스포츠 모드로 세팅해야 한다. 대신 연비는 포기해야 한다. 어차피 스팅어 3.3은 연비를 의식하면서 타는 차는 아니다. 원주 오크밸리 뮤지엄산에서 W호텔까지 달리는 약 90㎞를 달리는 동안 계기판 평균 연비는 L당 7㎞ 정도 나왔다.
계기판을 보니 2세대 제네시스에서 처음 탑재된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능이 있어 잠시 조작해봤다. 스티어링휠 오른쪽 버튼으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 시속 100㎞, 시속 120㎞ 등으로 속도를 맞추고 페달과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가 스스로 달린다. 옆차선도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기능이다. 앞서가는 차에 바짝 다가서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스팅어는 달리는 스포츠 세단 성격이 강조된 차다. 시속 120~130㎞를 넘어가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커진다. FM라디오를 듣는데 방해가 될 정도다. 주행시 정숙성을 따지는 운전자라면 스팅어가 맞지 않을 수 있다.
풀액셀을 밟고 가속할 때 운전자에 전달되는 엔진 사운드가 약하다. 더 경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고성능 세단의 경우 가속시 고회전 엔진 소리와 폭발하는 배기사운드에서 더 짜릿한 주행 만족감을 얻는다.
스팅어 3.3 GT 판매 가격은 4460만~4880만원 선이다.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150만원)을 추가하면 5000만원을 넘어선다. 반자율 주행에 가까운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능은 드라이브 와이즈를 선택해야 이용할 수 있다.
국산차 기준에 맞춘다면 차값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비슷한 성능과 편의사양을 갖춘 수입차와 비교하면 절반 가격이다.
스팅어는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아직은 스팅어를 경험해 본 운전자들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긴 이른 감이 있다.
벤츠 E클래스는 운전석에 앉아보지도 않고 이름값만으로도 지갑을 여는 구매자들이 많다. 벤츠가 주는 브랜드력이 높아서다. 스팅어는 다르다. 이제 첫 시작을 알리는 '생소한' 신제품이다.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까진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