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손오공이 불을 끈 화염산을 지나…실크로드의 모태 톈산남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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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 웨이우얼자치구 투루판·카슈가르
황금빛 물든 고비사막을 넘으면 실크로드의 진주 카슈가르가 반기네…
'파인 땅'이란 뜻을 가진 투루판
한국의 분지 지형 닮아 무더워…오아시스서 물 얻었던 관문도시
웨이우얼족의 중심 '카슈가르'
상인·당나귀·생필품 뒤엉킨 시장…마치 실크로드의 축소판 보는 듯
황금빛 물든 고비사막을 넘으면 실크로드의 진주 카슈가르가 반기네…
'파인 땅'이란 뜻을 가진 투루판
한국의 분지 지형 닮아 무더워…오아시스서 물 얻었던 관문도시
웨이우얼족의 중심 '카슈가르'
상인·당나귀·생필품 뒤엉킨 시장…마치 실크로드의 축소판 보는 듯
![서유기의 배경이 된 투루판의 훠예산(火焰山)](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37711.1.jpg)
![[여행의 향기] 손오공이 불을 끈 화염산을 지나…실크로드의 모태 톈산남로를 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37712.1.jpg)
웨이우얼자치구 오아시스 도시 투루판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무즈타크야타 설산](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19009.1.jpg)
![선선의 꾸무트라 사막](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37748.1.jpg)
웨이우얼족들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오아시스 도시인 ‘하미(哈密)’시를 지나 좀 더 서쪽으로 가다 보면 ‘투루판’에 도착한다. 웨이우얼어로 ‘파인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투루판은 톈산산맥의 남쪽에 있는 중국에서도 표고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투루판의 일부 지역은 해수면보다 무려 154m나 더 낮은 곳도 있다. 투루판은 우리나라의 대구처럼 분지여서 위도 상으로 상당한 북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이면 보통 40~50도를 넘나든다. 한낮에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덥다보니 화주(火州)라고 불리기도 했다.
약간의 풀 이외에 자갈이 뒤섞인 모래밭만이 한없이 이어지는 투루판의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곳 투루판 일대는 실크로드 상의 서역북로가 다시 톈산북로와 톈산남로로 갈리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기원전부터 이 비단길을 오가던 상인들이 물을 얻기 위해 이곳 투루판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구도의 길에 나선 수많은 입축승(入竺僧)도 이곳을 거쳐갔다. 실크로드의 거점이다 보니 투루판은 여러 민족의 각축장이 된 곳이다. ‘자오허구청’과 ‘가오창구청’은 전성기 투루판의 흔적을 보여주는 곳이다.
![투르판 이슬람 양식 건축의 상징인 쑤공타(蘇公塔)](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19035.1.jpg)
또 다른 고대도시인 ‘가오창구청’은 시내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당나라 때 전성기를 누렸던 이곳은 기묘한 모습의 ‘훠예산(火焰山)’을 배경으로 길이가 5㎞나 되는 웅대한 성벽을 지니고 있는데, 499년 한나라 사람 국문태(麴文泰)가 이곳에 ‘가오창국’을 세웠을 때 그 도성으로 쌓은 것이다. 자오허구청이 흙 자체를 조각한 조각건축인 반면 이 가오창구청은 흙벽돌을 쌓아 조성했기 때문에 파손이 보다 심해 궁전이나 사원 같은 큰 건물 잔해만 남아있을 뿐 거의 공터다.
서유기에 기록된 화염산 이채
![당나라 때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폐허가 된 가오창구청(高昌古城)을 상인과 낙타가 지나가고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19010.1.jpg)
서유기에는 훠예산이 실제로 화염에 휩싸여 있는 산으로 묘사된다. 손오공은 취운산 파초동에 있는 요괴 나찰녀에게 파운선을 빼앗아와서 훠예산의 불을 껐다. 훠예산 입구에는 손오공의 어딘가를 살펴보는 듯한 모습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가는 곳마다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나 유적들이 많아 이곳 투루판 일대를 ‘역사의 보고(寶庫)’라고 한다. 이곳에 많은 유적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게 된 것은 1년에 평균 강우량이 16㎜밖에 안 되는 건조한 날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3800년 전 누란의 미인 미라를 비롯해 수많은 미라가 발견되고 있는 것도 극단적으로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
![카슈가르 노천시장 ‘선데이 마켓’](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19025.1.jpg)
카레스 덕분에 이곳 투루판은 온갖 과일이 풍성하다. 그래서 일명 ‘과일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도는 이곳 투루판의 특산으로 여름철에는 이 일대가 온통 포도 넝쿨로 뒤덮인다. 한 건조장에서는 사진을 찍고는 있는데 20일 정도면 건포도가 된다고 하면서 한 바구니 포도를 내놓는다. 먹고 남은 것은 가져가라는 것이다. 씨도 없이 달콤하기만 한 청포도에 취하고 후한 인심에 또 취했다.
‘실크로드의 진주’ 카슈가르
실크로드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카슈가르(Kashgar)는 웨이우얼족들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해발 1300m 고지에 있는 이곳은 파미르, 카라코람 등의 고봉들을 등을 지고 있으며 바다처럼 펼쳐진 타림분지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동쪽에 두고 있다. 그래서 카슈가르는 모래먼지뿐인 실크로드의 여정에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오아시스로 명성을 떨쳐 왔다. 카슈가르를 일러 ‘실크로드의 진주’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카슈가르는 튀르크에 살고 있는 웨이우얼족과 마찬가지로 회교권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모습도 풍습도 중국의 한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사실 웨이우얼이라는 이름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며 중세 아시아 내륙지방에 위구르 왕국이 존재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카슈가르는 투루판과는 달리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유적지 같은 것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굳이 지난날을 이야기해주는 유적을 찾아 나선다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서역 최대의 회교사원이라고 자랑하는 ‘에이티가르’와 변두리 한쪽에 있는 커다란 돔의 ‘호자무덤’이 고작이다.
온통 흙빛의 구시가를 향해 걷다 보면 유난히도 번잡한 곳이 있다. ‘오달데 바자르(시장)’다. 덥수룩한 수염이나 콧수염을 기르고 가지각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웨이우얼족 남자들과 움푹 들어간 눈에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를 쓰고 있거나 아니면 밤색의 차도르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여인네들, 수많은 마차,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수박이나 ‘고곤’이라 부르는 커다란 참외를 비롯해 각종 과일, 카펫 장사, ‘커밥’이라 부르는 꼬챙이 구이를 구워내면서 피어나는 자욱한 연기, 대장간의 망치 두드리는 소리 등이 한데 어울려 여행자들의 혼을 빼놓을 것 같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보이는 풍경들이 역동적인 삶의 모습들이어서 몇날 며칠을 찾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토굴 같은 골목길, 선데이 마켓 인상적
![카슈가르 노천시장 ‘선데이 마켓’](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AA.14119034.1.jpg)
카슈가르에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매주 일요일 도심 외곽의 공터에서 열리는 노천시장이다. 일명 ‘선데이 마켓’이라 불리는 이 장터는 이른 아침부터 사방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과 수많은 가축들, 마차, 자전거 등이 뒤엉켜 진풍경을 연출한다. 생필품과 과일들도 가지각색이지만 공터 가득히 양, 염소, 당나귀, 소들로 가득하고, 그 가축들을 놓고 여기 저기 둘러서서 열을 올려가며 흥정하고 있다. 잘 생긴 당나귀 한 마리에 우리 돈 10만원이 못 되고, 양 한 마리가 1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하루 종일 열리는 이 선데이마켓은 분명 실크로드의 여정을 돋구어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과거의 이미지를 품고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가는 무대 카슈가르는 앞으로도 실크로드를 꿈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빛나는 진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행정보
실크로드 여행은 주로 시안(西安)에서 시작한다. 인천에서 서안까지 가는 항공편은 많다. 직항으로 3시간10분 걸린다. 다만 투루판까지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신장자치구 중심인 우루무치 디워푸 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국동방항공이 우루무치까지 운항하지만 대개 경유하기 때문에 최소 11시간20분 이상 걸린다. 투루판에서 카슈가르로 갈 때는 우루무치에서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여행 기분을 느끼기에는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대략 30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장기간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치안 상태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위구르족들이 일으키는 소요사태가 이따금 발생해 주의를 요한다. 여름철에는 워낙 기온이 높기 때문에 한낮에는 잠시 그늘 밑에서 쉬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하미과’라는 럭비공처럼 생긴 참외가 싸고 맛있는데, 이 과일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설사하게 되니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루판=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