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멜빵 ‘알버트 서스턴’.
패션 멜빵 ‘알버트 서스턴’.
멜빵이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돌아왔다. 패션업계에서 서스펜더(suspender)라고 부르는 멜빵은 원래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요즘엔 패션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에 비해 멋낼 아이템을 찾기 쉽지 않은 남성들이 정장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찾아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내 편집숍 란스미어에는 영국 서스펜더 브랜드 ‘알버트 서스턴’이 입점해 있다. 알버트 서스턴은 영화 007에서 제임스 본드가 착용한 서스펜더로 유명한 브랜드.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이 브랜드의 올봄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지난해 일부 제품을 들여놨다가 찾는 사람이 많자 물량을 두 배로 늘렸다. 신세계백화점 편집숍 분더샵클래식에서도 알버트 서스턴 제품의 인기가 높다. 올봄에 9종류를 판매했는데 6종류가 완판(완전판매)됐다. 올가을에는 발주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9일까지 무역센터점에서 영국 남성 액세서리 브랜드 ‘스마트턴아웃’ 임시매장을 운영한다. 판교점 등에서 임시매장을 운영해 예상보다 30%가량 높은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반기 정규 매장을 들여오는 것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남성 정장에 서스펜더를 착용하면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한 멋을 낼 수 있다”며 “남성잡화 편집숍 ‘폼 멘즈 라운지’에도 서스펜더 품목을 더 많이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꽃중년과 함께 멜빵이 돌아왔다
서스펜더가 인기를 끈 것은 유명 패셔니스타들이 착용하기 시작하면서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인 톰 하디, ‘이탈리아의 꽃중년’으로 불리는 편집숍 운영자 시모네 리기 등이 서스펜더를 착용했다. 국내 아이돌 스타들도 티셔츠와 청바지 위에 서스펜더로 포인트를 준 모습이 자주 공개됐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서스펜더 착용샷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서스펜더가 인기를 끌면서 재킷을 입지 않고 오픈칼라 셔츠 위에 서스펜더를 착용하는 남성이 많아졌다”며 “더운 여름에 격식을 갖출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인식된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서스펜더는 1900년대 조끼까지 갖춰 입는 스리피스 정장이 유행할 때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허리를 불룩하게 보이게 하는 벨트보다는 셔츠 위에 밀착되는 서스펜더를 선호한 것. 서스펜더는 단추로 바지 안쪽에 끼우는 방식, 집게 방식, 단추와 집게가 동시에 달린 방식으로 나뉜다.

백화점 등에서 판매 중인 인기 서스펜더 브랜드 제품의 가격은 10만원대가 많다. ‘알버트 서스턴’ 제품은 12만~13만원대.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에서 판매하는 ‘벨그라비아’는 19만원 선, 테일러숍 비앤테일러 등에서 판매하는 ‘브레이시스 브레뗄레’는 15만원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