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승부수' 던진 최태원…3년내 세계 10위로 키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18일 다국적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공장을 사들이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최 회장은 20년 전부터 제약바이오 사업에 장기 투자하며 관련 사업을 강화해 왔다. SK그룹이 국내 대기업으로는 드물게 원료의약품부터 백신, 완제의약품, 신약 개발까지 광범위한 제약바이오 계열사를 거느린 것도 이 덕분이다. 관련 계열사들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유럽 공략 날개 단 SK바이오텍

'바이오 승부수' 던진 최태원…3년내 세계 10위로 키운다
130년 전통의 BMS는 지난해 190억달러(약 21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제약사다. SK(주)는 이번 공장 인수를 계기로 SK바이오텍이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이 생산설비 외에도 전문인력, BMS가 판매 중인 주요 제품 공급계약까지 인수했기 때문이다. 스워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공급계약까지 가져온다. 스워즈 공장은 BMS가 항암제, 당뇨치료제 및 심혈관제 등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연 매출은 2000억원 정도다. BMS는 합성의약품 분야를 전문 위탁생산전문기업(CMO)에 생산을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이번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주) 관계자는 “이번 공장 인수는 SK바이오텍이 유럽 생산기지를 확보했다는 것과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BMS는 SK바이오텍이 지난 10년간 원료의약품을 공급해온 점을 높이 평가해 공장 매각 상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태원, 20년 장기투자 ‘뚝심’

SK바이오텍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공장을 인수한 것은 최 회장의 지속적인 투자 덕분이다. 200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SK바이오텍과 중추신경계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SK바이오팜을 계열사로 뒀다. SK케미칼은 백신, 혈우병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생산하는 합성 원료의약품의 90% 이상을 북미와 유럽 제약사에 수출하고 있다. 독자적인 생산공정인 연속반응기술을 개발해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최초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연속반응기술은 긴 파이프라인에 물질을 흘려보내 그때그때 원하는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매출 1012억원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다. 최근 세종시 명학산업단지 내 16만L 규모의 증설을 완료해 국내 생산 규모를 총 32만L로 늘렸다. SK바이오텍은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4조원을 달성하고 세계 10위 CMO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도 연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은 현재 17개국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으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FDA에 판매 허가 신청을 낼 예정이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