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 정부에 또 외면당한 중견기업
18일 만난 한 중견기업인은 한숨부터 쉬었다. 섭섭하고 힘이 빠진다고 했다. 사정은 이렇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주요 경제단체를 잇따라 찾고 있다. 19일엔 한국경영자총협회, 21일엔 한국무역협회와 간담회를 한다. 지난 8일엔 중소기업중앙회 및 소상공인 단체, 15일엔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를 만났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협조를 당부하고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릴레이 간담회에 법정 경제단체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만 초대받지 못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빠지긴 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회원사 이탈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중견기업계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배제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대선 전부터 중견기업 정책 방향에 관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주요 정당에 ‘차기 정부 정책 제안’을 전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이 마련한 경제단체장 초청 간담회에도 끼지 못했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중견기업 관련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중견기업 정책을 중소기업청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조차 중견기업계의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

중견기업들의 경제단체인 중견련은 2013년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대한상의, 중기중앙회에 이어 세 번째 법정 경제단체가 됐다. 일각에서는 중견기업이 지난 정부에서 갑자기 주목받은 기업군인 만큼 새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선긋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 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에 중견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이 언급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법정 경제단체까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견기업은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업군이다. 중견기업의 고용과 매출은 각각 전체 기업의 6%와 17%(2016년 말 기준)를 차지한다. 성장잠재력도 크다. “경제 기여도만큼이라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는 중견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