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영구정지…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은 '물음표'
국내 첫 상용 원전 고리 1호기(사진)가 18일 밤 12시 영구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가 즉시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의 최종 해체 허가를 2022년께 받을 예정이지만 해체 결정이 나고서도 곧바로 전면 해체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최소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해체 기간이 길어진 것은 원전에서 사용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빼내고 나서도 핵분열로 열이 많이 난다. 이 때문에 일단 원전 내 습식저장조(수조)에 일정 기간 임시 저장한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은 '물음표'
고리 1호기를 비롯해 고리 2·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있는 고리원자력본부에는 5903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이다. 하지만 2024년이면 이마저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전 작업자들이 사용하던 장갑과 걸레 등 중·저준위 폐기물은 2015년 문을 연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옮겨 저장하면 된다. 하지만 해체 작업에 들어가기 전 옮겨야 할 사용후핵연료를 어디로 보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국내에는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시설이 아직 없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리 방식이 결정될 때까지 원전 부지에 임시 저장시설을 확충한다 계획이다. 고리본부도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인 2024년까지 건식 저장시설을 지어 임시저장 수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봉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영구처분 시설을 지을 부지를 선정하고 2053년에는 영구 처분시설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내에선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줄이기 위해 한 번 더 재활용(재처리)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사용후핵연료에서 타지 않고 남은 플루토늄을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연탄재에서 미처 타지 않은 부분만 골라 새 연탄을 만드는 것과 같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면 핵연료 관리 기간이 30만년에서 300년으로 줄고 폐기물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다고 말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타당성 연구를 통해 파이로 프로세싱 상용화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