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6월 위기설’을 딛고 비교적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지난 1일 2348.31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16일 2361.83으로 마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유럽 선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 등 위기설을 뒷받침했던 대외 변수들도 차츰 정리되는 분위기다. 주변이 안정되면서 시장의 눈은 다시 기업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장사들은 다음달 초부터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다.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에서 소비재, 유통 등 내수주로 실적 호조세가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이어 디스플레이 랠리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다. 지난 16일 종가는 3만7400원으로 최근 한 달간 29.7% 올랐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사업 성장에 힘입어 2분기에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1915.4% 늘어난 894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호황’에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실적 호조가 더해지면서 2분기 실적 시즌의 주인공도 IT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미국 나스닥지수가 애플 등의 고평가 지적에 급락하면서 그 여파가 한국 시장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은 뛰어난 실적을 앞세워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상장사의 2분기 실적 추정치 상향이 둔화했지만 IT 업종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석 달 전보다 32.9%, 디스플레이 업종은 29.7% 높아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스마트폰과 반도체의 최강자인 애플, 인텔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2조5000억원에서 13조3000억원으로 올렸다. 이에 비해 애플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0조~11조원에 머물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9배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IT주의 실적 호조는 코스닥시장 반도체 장비주의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익IPS(948.2%), 테스(192.5%), 에스에프에이(153.0%), 서울반도체(127.0%) 등의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마트·농심·한섬 등 내수주 주목

IT 수출주에 밀려 소외된 내수주가 반등할 수 있을지도 투자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지난 1분기까지는 수출 업종의 독주가 이어졌지만 2분기부터 유통·패션·제약 등 내수 업종에서도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56.8%), 농심(68.2%), 이마트(35.7%), 한섬(30.7%) 등의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실적 개선이 가시화하는 일부 내수 종목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차·화·정’으로 불리는 자동차, 화학, 정유 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들 경기민감 업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자동차의 2분기 영업이익(1조5816억원)이 지난해 동기보다 10.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26.6%)과 에쓰오일(-39.2%) 등 정유주의 2분기 영업이익도 줄어들 전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