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와 비슷한 중국산 부세를 국내산 영광굴비로 거짓으로 표시해 팔았지만 손님의 질문에 사실대로 답했다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중국산 부세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음식점 운영자 유모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발표했다.

유씨는 호남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중국산 부세 원산지를 국내산이라고 허위로 표시했다. 또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식당 간판과 방송 광고 등에 ‘국내산 영광 법성포 굴비’를 대표 품목으로 홍보했다.

검찰은 굴비가 현행법상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아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해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은 유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씨의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유씨는 ‘영광굴비가 맞느냐’는 손님 질문에 ‘중국산 부세를 영광 법성포에서 가공한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손님들이 국내산이라 적힌 차림표에 속아 식당을 이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의 ‘기망 행위’와 피해자의 ‘처분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원심에서는 이런 법리를 오해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