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상속·증여세 부담 최대 4000억원 늘어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상속·증여세 개편 방안
대선공약 재원 조달 위해 '부자증세'
30억 상속 때 세금 1억원 이상 더 내야
상속세 면세자 98%…과세형평성 논란
대선공약 재원 조달 위해 '부자증세'
30억 상속 때 세금 1억원 이상 더 내야
상속세 면세자 98%…과세형평성 논란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에서 법인세·소득세의 직접적인 세율 인상은 안 하기로 했다. 그 대신 고액 자산가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증여세 개편은 과세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상속세 면제자가 98%에 이르는 상황에서 최고세율(50%) 적용 구간(과세표준 기준)을 30억원 초과에서 20억원 초과로 조정하고, 신고세액공제율을 7%에서 3%로 낮추거나 아예 없애면 결국 ‘내는 사람만 더 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추세와도 맞지 않고 정부가 내세우는 ‘조세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40억원 상속, 세금 2억원 더 내
기획재정부는 신고세액공제율과 최고세율 과표구간 하향을 통해 연간 2900억~4000억원의 추가 세수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최고세율 과표구간 20억원에 신고세액공제율 3%를 적용하면 상속세 1000억원과 증여세 1900억원, 신고세액공제율 0%를 적용하면 상속세 1500억원에 증여세 2500억원이 더 걷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가 부담은 극히 일부 납세자가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는 신고자 대부분이 5억원 일괄공제, 5억~30억원 배우자공제 등을 받아내지 않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2015년 총 145만6370명의 상속인 중 상속세 납세자는 3만2330명(2.2%)에 불과했다. 나머지 97.8%는 상속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증여세 납세자도 전체 증여받은 사람 117만2313명 중 53만4053명으로 45.5%에 그쳤다.
반면 고액 상속 세 부담은 크게 는다. 가령 30억원을 상속받는다면 기존에는 일괄공제 5억원 적용 후 25억원에 대해 과세구간별로 10~4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산출세액 8억4000만원에 신고세액공제 7%를 받으면 7억8120만원을 내면 됐다. 만약 최고세율 구간 20억원에 신고세액공제율 0%가 적용되면 1억880만원(13.9%) 늘어난 8억9000만원을 내야 한다. 40억원을 상속받는다면 기존 11억9970만원에서 13억9000만원으로 세금이 1억9030만원(15.9%) 증가한다.
◆면세자는 놔두고…
상속·증여세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초고소득자의 조세부담 현실화’를 위해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율을 인하하겠다고 했다.
신고세액공제는 국세청의 세원 파악 기술이 부족하던 1982년 납세자의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국세청의 세원 파악 역량이 충분히 향상된 데다 신고불성실 가산세가 최대 40%에 달해 신고세액공제 제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기재부 논리다.
그러나 면세자들을 놔두고 고액 상속 납세자에 대한 부담만 높이면 오히려 조세 정의에 역행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상속세율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3%)의 두 배 수준이다.
실효세율(결정세액/상속재산)도 15~17%로 독일(11~12%) 일본(11~13%) 영국(7~9%)에 비해 높다. OECD 국가 중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미국도 지난 4월 상속세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높이면 조세저항을 키우고 편법·불법 납세자를 양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업의 자산승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해외 투자 유치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증여세 개편은 과세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상속세 면제자가 98%에 이르는 상황에서 최고세율(50%) 적용 구간(과세표준 기준)을 30억원 초과에서 20억원 초과로 조정하고, 신고세액공제율을 7%에서 3%로 낮추거나 아예 없애면 결국 ‘내는 사람만 더 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추세와도 맞지 않고 정부가 내세우는 ‘조세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40억원 상속, 세금 2억원 더 내
기획재정부는 신고세액공제율과 최고세율 과표구간 하향을 통해 연간 2900억~4000억원의 추가 세수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최고세율 과표구간 20억원에 신고세액공제율 3%를 적용하면 상속세 1000억원과 증여세 1900억원, 신고세액공제율 0%를 적용하면 상속세 1500억원에 증여세 2500억원이 더 걷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가 부담은 극히 일부 납세자가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는 신고자 대부분이 5억원 일괄공제, 5억~30억원 배우자공제 등을 받아내지 않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2015년 총 145만6370명의 상속인 중 상속세 납세자는 3만2330명(2.2%)에 불과했다. 나머지 97.8%는 상속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증여세 납세자도 전체 증여받은 사람 117만2313명 중 53만4053명으로 45.5%에 그쳤다.
반면 고액 상속 세 부담은 크게 는다. 가령 30억원을 상속받는다면 기존에는 일괄공제 5억원 적용 후 25억원에 대해 과세구간별로 10~4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산출세액 8억4000만원에 신고세액공제 7%를 받으면 7억8120만원을 내면 됐다. 만약 최고세율 구간 20억원에 신고세액공제율 0%가 적용되면 1억880만원(13.9%) 늘어난 8억9000만원을 내야 한다. 40억원을 상속받는다면 기존 11억9970만원에서 13억9000만원으로 세금이 1억9030만원(15.9%) 증가한다.
◆면세자는 놔두고…
상속·증여세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초고소득자의 조세부담 현실화’를 위해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율을 인하하겠다고 했다.
신고세액공제는 국세청의 세원 파악 기술이 부족하던 1982년 납세자의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국세청의 세원 파악 역량이 충분히 향상된 데다 신고불성실 가산세가 최대 40%에 달해 신고세액공제 제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기재부 논리다.
그러나 면세자들을 놔두고 고액 상속 납세자에 대한 부담만 높이면 오히려 조세 정의에 역행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상속세율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3%)의 두 배 수준이다.
실효세율(결정세액/상속재산)도 15~17%로 독일(11~12%) 일본(11~13%) 영국(7~9%)에 비해 높다. OECD 국가 중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미국도 지난 4월 상속세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높이면 조세저항을 키우고 편법·불법 납세자를 양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업의 자산승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해외 투자 유치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