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물류의 디지털 플랫폼 주도 방안 찾아야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실 속의 이야기다. 물류산업 관점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이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서 동종 경쟁자와 주변 시장까지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적 기술로 그 정보를 결집, 통합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과거 물류기업들은 단절된 상품과 정보의 흐름을 기반으로 상품과 정보를 연결하면서 공급사슬망의 구간을 나눠 사업을 영위했고 점진적으로 공급사슬상의 구간들을 통합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단절된 정보를 통합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공급사슬상 제조, 물류, 유통 부문의 정보흐름을 장악했다. 그들의 플랫폼에 제조, 물류, 유통기업들이 협업을 해야지만 성장할 수 있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은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물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포워딩기업이 대행하는 선박 예약서비스 등을 그들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투자규모가 큰 선박이나 항공운항은 협력 기반의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통해서, 소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직접 참여하거나 플랫폼에 종속적 연계를 통해 상품들의 공급사슬 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4월 운송비 절감을 위한 자체 물류서비스를 도입해 2015년 약 10억 개의 자사 물품을 직접 배송했고, 2019년 세계 최대 특송업체인 페덱스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또 2016년 1월에는 중·미 간 해상포워더 등록까지 마치며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연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2013년 창업한 차이니아오(Cainiao) 물류회사를 통해 공급사슬 관리에 16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알리바바가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와 화주들의 선복예약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도록 협약 체결을 했으며, 2016년 12월부터 알리바바 원터치 사이트를 통해 중국 화주의 유럽항과 아시아 역내 운송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포털업체인 구글은 물류지도, 물류보안, 물류장비 등에서, IBM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공급망관리상 물류기업들 간 결제시스템을 통합하는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물류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워딩 서비스를 주로 하는 국제물류주선업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해운기업, 항만운영사, 항공사, 창고업체 간의 연결고리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 중심의 기업들 간 협업관계로 바뀌고 있다. 물류기업들이 주도해 왔던 기존 공급사슬관리 체계가 전자상거래를 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 유통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속으로 들어가면서 해운, 항공, 항만, 창고 그리고 전문물류기업들의 주도권이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 물류기업들은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조만간 거대 디지털 플랫폼 유통기업의 하청업체가 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의 물류체계가 통째로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2자 물류기업에 대한 3자 물류시장 진입 논쟁, 물류 공기업의 해외진출 규제, 화물차량 증차 제한 등이 아직도 한국 물류산업의 현안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공정한 경쟁 유지와 불법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물류시장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고민해야 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을 주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양창호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