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년 완성한 ‘옷을 입은 마야’는 ‘옷 벗은 마야’(1800)와 함께 마야를 모델로 그린 걸작이다. 서양미술사 최초의 누드화 ‘옷 벗은 마야’로 당시 누드를 금지하던 스페인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고야는 옷을 입은 마야를 그렸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침대에 요염하게 누워 있는 마야를 따뜻한 색조로 잡아냈다. 마야가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면서 오히려 고품격 에로티시즘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렇다면 마야는 누구였을까. 지금까지 마야의 실제 모델은 고야의 연인이었던 알바 공작부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법의학계는 그림 속 얼굴의 랜드마크 비교검사(3차원 형상복원) 등을 통해 당시 최고 세력가였던 재상 마누엘 고도이의 정부인 페피타 츠도우라고 밝혀냈다. 고도이가 두 작품의 최종 소장자인 만큼 마야가 페피타일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