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이멜트 GE CEO
제프리 이멜트 GE CEO
지난 12일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가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예상보다 4년 빨리 은퇴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펀드가 GE 주가 정체를 이유로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제왕적 CEO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미국 대기업 CEO는 한 산업을 호령하며 귀족 같은 생활을 했으나 행동주의 펀드로 인해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마크 필즈 전 포드 CEO
마크 필즈 전 포드 CEO
행동주의 펀드 압력으로 CEO가 바뀌는 곳은 GE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마리오 롱기 US스틸 CEO가 해임됐고, 19일엔 마크 필즈 포드자동차 CEO가 3년 만에 물러났다. 비자이 고빈다라잔 다트머스대 턱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0~20년 임기를 누리며 격식 있는 정장을 입고 다니던 미국 CEO들은 과거가 됐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과거보다 훨씬 큰 기업을 사냥하며 불황 속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요구한다. 최근 존 매키 홀푸드 창립자 겸 CEO는 펀드 요구로 아마존에 회사를 팔았다. 행동주의 펀드는 2010년 100여 개 회사 주식을 보유했지만 2015년엔 300여 개사가 이들의 표적이 됐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자리를 확보하면서 CEO 역할도 줄고 있다. 2001년 절반 이상의 미국 상장기업에서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했지만, 2016년엔 두 직위를 겸한 사람이 10%에 불과했다. 컨설팅회사 스트래티지앤의 게리 닐슨 사장은 “CEO들이 보스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간섭을 두려워하는 기업들은 상장을 꺼리고 있다. 미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1997년 7507개에서 2015년 3766개로 감소했다.

기술 기업들은 새 방법을 찾았다. 구글의 공동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의결권이 일반주주보다 열 배 많은 클래스B 주식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지배구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