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균에 감염된 질환을 치료하는 항진균제는 여러 곳에 사용됩니다. 시장 규모를 보면 인체감염 12조원, 농작물은 5조~6조원 정도입니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새로운 치료제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이오 벤처기업 앰틱스바이오의 이종승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앰틱스바이오는 항진균제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업체다. 지난달 보툴리눔톡신제제 업체인 메디톡스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오 기업 맏형격인 메디톡스가 신생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첫 사례였다. 이 대표는 “내년 신약후보물질 3개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며 “화장품 보존을 돕는 천연항균제품도 연내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커지는 항진균제 시장

18년간 특허법인 남앤드남에서 바이오 전문 변리사로 일한 이 대표는 항진균제 시장성을 높게 봤다. 2015년 대학 동창인 반용선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진균성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싣자 그에게 창업을 제의했다. 이듬해 반 교수팀과 박기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이 함께 연구한 차세대 항진균 치료제 기술을 12억원에 도입했다.

이 대표는 “항진균제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신약 개발은 정체돼 있는 상태”라며 “다국적 제약사들도 관심은 있지만 직접 항진균제를 개발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항진균제는 무좀 등 곰팡이균에 의해 감염된 질환을 고치는 치료제다. 세계 항진균제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항암제 등 다른 질병에 비해 작다. 그러나 새로운 균들이 출연하고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항진균제 시장 규모는 2025년 126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되는 항진균제들은 개발된 지 20년이 넘어간 제품들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항진균제는 1955년에 개발된 암포테리신B다. 기존 항진균제들은 신장 독성, 간 독성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부작용 확 낮춘 항진균제 개발”

기존 항진균제가 간 독성 등 부작용이 높은 것은 진균(곰팡이)의 특성 때문이다. 진균을 죽이기 위해서는 진균의 세포막을 뚫어야 한다. 이 막이 인체의 콜레스테롤과 비슷하기 때문에 항진균제를 사용하면 간 독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의 세포막 등을 구성하고,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담즙산을 만드는 성분이다.

이 대표는 “사람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진균의 독성을 줄일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진균 내에 있는 주요 단백질을 모두 살펴봤다”며 “이 중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런 단백질의 기능을 차단하고 죽이는 원리로 차세대 항진균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발굴한 신약후보물질 3개의 전임상시험을 내년 상반기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19년께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다국적 제약사 등에 기술 이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앰틱스바이오는 항진균제뿐 아니라 천연항균제도 개발하고 있다. 항균제는 식품 보존제, 화장품 보존제 등으로 사용된다. 이 회사는 한국미생물보존센터와 업무협력을 통해 된장으로부터 분리한 우수 균주를 이용한 천연항균소재를 개발 중이다. 올해 화장품 보존제 등 항균제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