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청춘 '대박 농촌' 싹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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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농촌에 활력 청년 기업들
개망초와 개똥쑥, 아카시아꽃 등 야생초를 활용해 나노 저염김치를 개발한 경북 울진의 남우영 야생초 대표(44). 그는 울진으로 귀촌해 바이오기업을 일구고 있다. 지난해 매출 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23억원이다. 2010년 창업한 남 대표 회사는 직원이 3명에서 18명으로 늘었다. 야생초를 수확하는 고향 어르신 24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상주의 패션기업인 마르코로호의 신봉국 대표(29)도 농촌 노인들의 빈곤문제와 소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교사직을 버리고 귀향해 기부캠페인 기업을 운영하며 할머니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며 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촌으로 돌아와 창업한 괴짜청년들이 소멸위기의 마을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많은 청년이 기회가 많은 ‘서울’과 안정된 공무원, 전문직을 지향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들 청년의 괴짜 횡보는 대한민국 농촌과 지방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경북도는 농촌으로 귀환해 기업을 일구는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청년정책 실험에 나섰다. ‘청년괴짜 프로젝트’다. 마을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북도의 새로운 청년정책이 이전의 정책과 구별되는 점은 도시·기업 일변도의 청년정책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괴짜청년’의 귀환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은 “기존의 가치 질서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도전하는 젊은 인재들이 청년괴짜”라며 “경북에는 이미 이런 괴짜들이 ‘농촌은 희망이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청년괴짜’ 기업인들은 도시에 적응하지 못해 도피해온 청년들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농촌에서 실현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농어촌을 찾아온 도전적인 기업가들이다.
사회적 기업 중간지원조직인 (사)지역과 소셜비즈의 박철훈 이사는 이들을 ‘SLBM(Social-Life Business Momentum)족’이라고 표현했다. “사회관계를 중시하며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자신의 삶과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청년 기업가들”이라고 그는 정의했다. 그는 “이들은 새로운 사회적 유전자를 가진 세대로 우리 사회 청년들의 직업관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사회나 지역문제에 주목하고 그런 문제를 단순히 자선이나 봉사의 방식이 아니라, ‘사업’ 방식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도전적이고, 괴짜스러우면서도, 실력과 정의감을 갖춘’ 새로운 사업가들이다.
경북 안동역 앞 게스트하우스인 링커파티하우스는 경북 북부지역 청년 10명이 만든 청년자립공동체 바름협동조합의 터전이자 사업체다. 청년들에게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사표를 내고 온 청년들에게 근속연수 1년당 1박의 무료숙박을 제공한다. 동시대 청년들의 삶과 아픔을 이해하고 재기를 위한 충전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이들은 게스트하우스 운
과 소식지·영상 제작, 퓨전 포장마차 등을 운영한다. 조합원 장영준 씨는 “안동에도 청년들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지만 보상과 대우가 형편없고 무엇보다 거기서는 꿈을 이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태식 경북대 교수(나노소재공학부)는 “일본에서도 청년들이 지방과 농촌으로 내려가 모텔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거나 공동체를 복원하는 등 다소 ‘괴짜스러운’일들이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며 “정부의 청년정책이 청년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사고와 고민, 가치를 담아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귀촌하는 청년괴짜들에게 제1의 목표는 돈이 아니다. 물론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도 필요하지만 부모 세대처럼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많이 벌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성취해서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주로 귀농해 마을 농민들과 농산물에 브랜드를 입히는 이정원 씨(32)는 부농의 목표도 있지만 자신의 진정한 꿈은 농업큐레이터가 되는 것이다.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높이고 마을도 살리는 일이다.
경북도도 이런 트렌드에 주목하고 현장위주, 청년위주의 새로운 청년정책과 마을 살리기 정책을 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에는 농촌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며 “경북도는 도시에서는 창업보육센터, 농촌에서는 귀환하는 청년괴짜들의 정착과 창업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청년정책도 경북의 특성에 맞게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나눠 투트랙으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2040년 경북 23개 시·군 中 6개 시·군만 생존
고향이나 농촌으로 귀향해 창업 기업을 일군 괴짜들의 귀촌 성공스토리는 소멸위기를 맞은 경북에 새 희망이 되고 있다. 2040년 23개의 경상북도 시·군 가운데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되는 시·군은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포항 구미 칠곡 김천 경산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17개의 시·군이 소멸위기에 봉착했다. 2040년에는 국토의 61%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된다는 예측도 나왔다. 지방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다.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청년취업과를 만든 경북도는 조직을 국단위로 승격하고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청년디자인 특공대, 도시청년유(U)턴제 등 이색적인 청년정책을 추진한다.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 본부장은 “일본은 도시 주민의 지방정주 정착을 도모하기 위한 지역활성화협력대를 운영했다”며 “지역활성화 협력대 임기가 끝난 뒤에도 해당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60%에 이르러 농촌마을 살리기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 공연장, 소통공간, 청년카페, 음식 등 경북 청년 문화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역사문화길 개발 등을 통해 소멸위기의 지방과 마을을 살리고 청년 정착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상주의 패션기업인 마르코로호의 신봉국 대표(29)도 농촌 노인들의 빈곤문제와 소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교사직을 버리고 귀향해 기부캠페인 기업을 운영하며 할머니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며 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촌으로 돌아와 창업한 괴짜청년들이 소멸위기의 마을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많은 청년이 기회가 많은 ‘서울’과 안정된 공무원, 전문직을 지향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들 청년의 괴짜 횡보는 대한민국 농촌과 지방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경북도는 농촌으로 귀환해 기업을 일구는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청년정책 실험에 나섰다. ‘청년괴짜 프로젝트’다. 마을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북도의 새로운 청년정책이 이전의 정책과 구별되는 점은 도시·기업 일변도의 청년정책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괴짜청년’의 귀환
김남일 경북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은 “기존의 가치 질서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도전하는 젊은 인재들이 청년괴짜”라며 “경북에는 이미 이런 괴짜들이 ‘농촌은 희망이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청년괴짜’ 기업인들은 도시에 적응하지 못해 도피해온 청년들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농촌에서 실현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농어촌을 찾아온 도전적인 기업가들이다.
사회적 기업 중간지원조직인 (사)지역과 소셜비즈의 박철훈 이사는 이들을 ‘SLBM(Social-Life Business Momentum)족’이라고 표현했다. “사회관계를 중시하며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자신의 삶과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청년 기업가들”이라고 그는 정의했다. 그는 “이들은 새로운 사회적 유전자를 가진 세대로 우리 사회 청년들의 직업관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사회나 지역문제에 주목하고 그런 문제를 단순히 자선이나 봉사의 방식이 아니라, ‘사업’ 방식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도전적이고, 괴짜스러우면서도, 실력과 정의감을 갖춘’ 새로운 사업가들이다.
경북 안동역 앞 게스트하우스인 링커파티하우스는 경북 북부지역 청년 10명이 만든 청년자립공동체 바름협동조합의 터전이자 사업체다. 청년들에게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사표를 내고 온 청년들에게 근속연수 1년당 1박의 무료숙박을 제공한다. 동시대 청년들의 삶과 아픔을 이해하고 재기를 위한 충전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이들은 게스트하우스 운
과 소식지·영상 제작, 퓨전 포장마차 등을 운영한다. 조합원 장영준 씨는 “안동에도 청년들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지만 보상과 대우가 형편없고 무엇보다 거기서는 꿈을 이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태식 경북대 교수(나노소재공학부)는 “일본에서도 청년들이 지방과 농촌으로 내려가 모텔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거나 공동체를 복원하는 등 다소 ‘괴짜스러운’일들이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며 “정부의 청년정책이 청년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사고와 고민, 가치를 담아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귀촌하는 청년괴짜들에게 제1의 목표는 돈이 아니다. 물론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도 필요하지만 부모 세대처럼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많이 벌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성취해서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주로 귀농해 마을 농민들과 농산물에 브랜드를 입히는 이정원 씨(32)는 부농의 목표도 있지만 자신의 진정한 꿈은 농업큐레이터가 되는 것이다.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높이고 마을도 살리는 일이다.
경북도도 이런 트렌드에 주목하고 현장위주, 청년위주의 새로운 청년정책과 마을 살리기 정책을 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정책에는 농촌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며 “경북도는 도시에서는 창업보육센터, 농촌에서는 귀환하는 청년괴짜들의 정착과 창업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청년정책도 경북의 특성에 맞게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나눠 투트랙으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2040년 경북 23개 시·군 中 6개 시·군만 생존
고향이나 농촌으로 귀향해 창업 기업을 일군 괴짜들의 귀촌 성공스토리는 소멸위기를 맞은 경북에 새 희망이 되고 있다. 2040년 23개의 경상북도 시·군 가운데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되는 시·군은 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포항 구미 칠곡 김천 경산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17개의 시·군이 소멸위기에 봉착했다. 2040년에는 국토의 61%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된다는 예측도 나왔다. 지방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다.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청년취업과를 만든 경북도는 조직을 국단위로 승격하고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청년디자인 특공대, 도시청년유(U)턴제 등 이색적인 청년정책을 추진한다.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 본부장은 “일본은 도시 주민의 지방정주 정착을 도모하기 위한 지역활성화협력대를 운영했다”며 “지역활성화 협력대 임기가 끝난 뒤에도 해당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60%에 이르러 농촌마을 살리기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 공연장, 소통공간, 청년카페, 음식 등 경북 청년 문화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역사문화길 개발 등을 통해 소멸위기의 지방과 마을을 살리고 청년 정착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