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워킹맘만 힘든 거 아니에요"
녹색어머니회 ‘교통지도 봉사’를 강제하는 학교가 많다는 기사가 나간 지 하루 만에 기자의 메일함이 가득 찼다. 한 전업주부는 ‘워킹맘만 힘든 거 아니에요’라는 글을 보내왔다. 바쁜 워킹맘을 대신해 전업주부가 교통지도 봉사를 떠맡는 일이 적지 않다고 했다.

‘녹색 알바’를 고용해서라도 순번을 지키는 건 양심적인 동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부러워하는 의견까지 있었다. 한 전업주부는 ‘봉사 아닌 봉사’ 순번 때문에 워킹맘들과 애꿎은 갈등을 빚다 보면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열심히 활동하는 녹색어머니회 회원들도 불만이 있긴 마찬가지였다. “자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활동 중인 많은 회원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용은 다양했지만, 하나 분명한 건 녹색어머니회를 둘러싼 갈등이 위험 수위라는 점이다. 그나마 제도가 큰 탈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게 눈물겨운 모성 때문이라는 점도 분명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어느 학부모는 “아이와 아이 친구들이 위태롭게 다니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서, 불만을 삭이고 녹색어머니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이런 엄마들의 불편과 희생은 외면당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등하굣길 교통지도 책임을 ‘모성’으로 떠넘기고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하다. 경찰청은 작년 11월 ‘하교시간대에는 교사가 교문 바깥까지 나와 하교지도를 해달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내 교사들의 반발을 불렀다. 교육부가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예산 지원과 신청자가 부족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 결국 모든 이해관계자가 ‘엄마의 강제 봉사활동’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는 사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3년 동안 스쿨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만 스무 명이다. 사고 발생 건수는 1544건에 달한다. 아이들이 매일 다니는 등하굣길도 학교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다. 등하굣길 안전과 지도는 모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교육과정의 하나이자, 우리 모두의 일이다.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