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30회째 공판…'증거 넘친다'던 특검, 잇단 진술 번복에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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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증인 35명 불렀지만…'경영 승계 대가성' 진술 없어
최순실에 넘겨줬다는 명마도 한국 들어와…'삼성 소유' 입증
특검 '반전 카드' 내놓을까
"삼성 미전실서 합병 찬성 요청"…일성신약 부회장 진술은 성과
증인 35명 불렀지만…'경영 승계 대가성' 진술 없어
최순실에 넘겨줬다는 명마도 한국 들어와…'삼성 소유' 입증
특검 '반전 카드' 내놓을까
"삼성 미전실서 합병 찬성 요청"…일성신약 부회장 진술은 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이 20일 30회째를 맞으면서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 4월7일 재판을 시작한 지 2개월 반가량이 흘렀다. 오는 8월 말이면 1심 판결 시한이다. 특검은 30여 명의 증인을 세우며 이 부회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은 형세다. 핵심 증인들이 법정에서 진술조서 내용을 뒤집어 특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특검의 장담은 상당히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핵심 증인들의 변심…난관에 빠진 특검
이날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뇌물로 지목한 승마지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소유권을 넘겨줬다고 특검이 주장한 말 ‘라우싱’이 지난 19일 한국으로 들어왔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변호인은 “삼성전자가 독일의 말 중개상 ‘헬그스트란드’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말 소유권을 되돌려받았다”며 “특검은 삼성이 말을 최씨에게 증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전에도 재판 과정에서 특검의 주장은 번번이 가로막혔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 청탁의 증거로 독대 전에 만든 ‘대통령 말씀자료’ 등을 제시했다. 특검은 이 자료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 건을 도와주겠다고 말을 하고 대가성 있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14차 공판에서 “일반적인 말씀자료는 그대로 읽어도 문제가 없도록 작성하지만 이 부회장과의 독대 전에 만든 자료는 그런 형식이 아니고 단순한 참고자료였다”며 특검 주장을 부인했다. 두 사람의 독대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를 매개로 이 부회장이 뇌물을 줬다는 특검의 논리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원영 전 청와대 수석도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 의결권을 잘 챙겨보라’고 말한 것은 상황 파악을 해보라는 뜻이었다”며 “일반적인 내용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삼성 합병에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해 특검의 힘을 뺐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와대가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관심이 없어 서운했다”는 진술까지 했다.
특검은 22차 공판에서 최상목 전 청와대 비서관을 추궁하다가 재판부로부터 “그건 질문이 아니라 특검의 의견”이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작은 증거 촘촘히 엮어 ‘반전’ 만들어야
이 부회장이 합병 전에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았다는 특검의 공소는 입증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검은 장충기 전 사장이 2014년 정유라 씨의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했다. 2014년 말 승마협회 행사에 정씨가 참석할 예정이었다는 것을 장 전 사장이 문자로 보고받은 것을 증거로 밀었다. 2015년 이후 이뤄진 정씨 승마 지원이 이들의 위상을 알고 한 뇌물이 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과 삼성은 정씨를 정윤회 씨의 딸로만 알았을 뿐 최씨의 딸이란 사실은 물론 최씨의 존재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에게서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이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번 합병이 경영권 승계에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핵심 증언으로 보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검이 고전 중이지만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결정적인 ‘한 방’이 없더라도 작은 혐의를 촘촘히 엮은 여러 증거를 재판부가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놨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은 8월27일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박 전 대통령 및 최씨 재판 결과와 밀접히 연관돼 있어 1심 판결은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의 추가기소가 없으면 이 부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이날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뇌물로 지목한 승마지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소유권을 넘겨줬다고 특검이 주장한 말 ‘라우싱’이 지난 19일 한국으로 들어왔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변호인은 “삼성전자가 독일의 말 중개상 ‘헬그스트란드’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말 소유권을 되돌려받았다”며 “특검은 삼성이 말을 최씨에게 증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전에도 재판 과정에서 특검의 주장은 번번이 가로막혔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 청탁의 증거로 독대 전에 만든 ‘대통령 말씀자료’ 등을 제시했다. 특검은 이 자료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 건을 도와주겠다고 말을 하고 대가성 있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14차 공판에서 “일반적인 말씀자료는 그대로 읽어도 문제가 없도록 작성하지만 이 부회장과의 독대 전에 만든 자료는 그런 형식이 아니고 단순한 참고자료였다”며 특검 주장을 부인했다. 두 사람의 독대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를 매개로 이 부회장이 뇌물을 줬다는 특검의 논리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원영 전 청와대 수석도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 의결권을 잘 챙겨보라’고 말한 것은 상황 파악을 해보라는 뜻이었다”며 “일반적인 내용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삼성 합병에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해 특검의 힘을 뺐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와대가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관심이 없어 서운했다”는 진술까지 했다.
특검은 22차 공판에서 최상목 전 청와대 비서관을 추궁하다가 재판부로부터 “그건 질문이 아니라 특검의 의견”이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작은 증거 촘촘히 엮어 ‘반전’ 만들어야
이 부회장이 합병 전에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았다는 특검의 공소는 입증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검은 장충기 전 사장이 2014년 정유라 씨의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했다. 2014년 말 승마협회 행사에 정씨가 참석할 예정이었다는 것을 장 전 사장이 문자로 보고받은 것을 증거로 밀었다. 2015년 이후 이뤄진 정씨 승마 지원이 이들의 위상을 알고 한 뇌물이 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과 삼성은 정씨를 정윤회 씨의 딸로만 알았을 뿐 최씨의 딸이란 사실은 물론 최씨의 존재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에게서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이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번 합병이 경영권 승계에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핵심 증언으로 보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다.
특검이 고전 중이지만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결정적인 ‘한 방’이 없더라도 작은 혐의를 촘촘히 엮은 여러 증거를 재판부가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놨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은 8월27일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박 전 대통령 및 최씨 재판 결과와 밀접히 연관돼 있어 1심 판결은 9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의 추가기소가 없으면 이 부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