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필하모닉을 이끄는 ‘국민 지휘자’ 금난새 음악감독.
한경필하모닉을 이끄는 ‘국민 지휘자’ 금난새 음악감독.
“내 나라, 내 조국. 우린 기개 높은 대한민국 자손들이오. 사연이 많아 더욱 단단한 사람들이오.”(합창곡 ‘대한민국 만세’ 중)

6·25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 그 혼을 이어받아 눈을 부릅뜨고 조국을 지키는 장병. 진정한 ‘영웅’들에게 보내는 힘찬 응원과 승리의 염원을 담은 클래식이 여름밤에 울려퍼진다. 오는 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6·25전쟁 정전 64주년 호국보훈음악회’에서다.

국방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경필하모닉 주관, 국가보훈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엔 작곡가 정예경이 작사·작곡한 합창곡 ‘대한민국 만세’가 초연된다. 마에스트로 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60명의 한경필하모닉은 국방부 군악대 남성중창단, 서울음대 남성합창단 40명과 함께 이 곡을 선열들에게 바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위촉된 곡이고 합창단까지 총 100명이 협연하는 무대여서 웅장한 감동의 물결이 객석에 흘러넘칠 전망이다.

◆시대의 영웅을 위한 클래식 성찬

작곡가 정예경
작곡가 정예경
이번 공연은 지난해 6월25일 육·해·공 3군 통합기지인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무대에 이은 두 번째 호국보훈음악회다. 당시 ‘강한 軍, 멋진 軍, 최고 軍-대한민국 국군을 응원합니다!’란 제목으로 펼쳐진 콘서트엔 육·해·공군 장병과 가족 7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올해는 2500석에 달하는 공연장을 관객이 가득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순진 합참의장, 서주석 국방부 차관, 강병주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 등 군 주요 인사도 관람한다.

눈여겨봐야 할 무대는 1부 마지막의 ‘대한민국 만세’ 연주다. 작곡가 정예경은 서울대, 뉴욕대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우정뮤직프로덕션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6·25전쟁 당시 홀로 월남해 자진 입대하고 많은 공을 세우며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은 친할아버지 고(故) 정의석 씨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작곡했다. ‘다 크지 못한 어깨 총대 메고 사연은 가슴에 묻었소’란 가사엔 전장에 뛰어든 청년의 고뇌와 결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씨는 “이 땅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진정한 영웅들의 귀하고 숭고한 뜻을 높이 받들어야 한다”며 “당시의 호국 전우들과 이 시대 모든 군인에게 이 음악을 바친다”고 말했다.

◆“위로부터 승리, 희망의 메시지까지”

장병들의 마음을 달래줄 아름답고 친근한 클래식 선율도 선보인다. 조아키노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으로 공연 시작을 알린다. 애국을 주제로 한 실러의 희곡을 바탕으로 했고, 경쾌한 나팔소리가 행진하는 군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곡이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찬송가로 꼽히는 존 뉴턴 신부 작곡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한다. “많은 위험, 고통과 유혹을 넘어 나 이미 여기에 왔네. 이 은혜가 여기까지 나를 무사히 이끌었으니 은혜는 나를 본향으로 인도하리라.” 바리톤 이응광은 경건하면서도 서정적인 목소리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베트남전쟁 참상을 다룬 영화 ‘플래툰’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도 울려퍼진다. 비장하면서도 섬세한 현악 연주를 듣고 있으면 분단의 상처를 치유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미는 차이코프스키의 장엄서곡 ‘1812년’으로 장식한다. 러시아군이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친 것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한경필하모닉은 박진감 넘치는 연주로 승리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금 감독은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면서도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에너지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