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하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20일 예정돼 있던 실손보험료 인하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날 예정됐던 발표도 원래 19일로 잡혀 있던 것이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정기획위의 발표 연기를 두고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을 놓고 국정기획위와 소관 부처인 금융위 사이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해 실손보험료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새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넓히면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실손보험금이 줄고, 따라서 실손보험료 인하가 가능하다는 논리로 공약 실천을 추진해왔다. 국정기획위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이어 두 번째 금융 관련 정책 발표를 준비해왔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실손보험료 인하보다 병원들의 과잉진료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보험업계의 의견을 국정기획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원은 환자들에게 도수치료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에서 필요 이상의 진료를 권한 다음, 보험사로부터 과도하게 보험금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인 실손보험에서 보험료가 더 낮아지면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아예 취급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보험업계와 함께 실손보험료를 인하하기 전에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들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선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항목의 치료 종류와 이에 따른 치료 명칭을 통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험업계에선 ‘코드 표준화’라고 일컫는 작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반발에 부딪치자 발표를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