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주 '짙은 먹구름'…러시아·브라질 펀드 손실도 커져
국제 유가 급락의 여파가 주식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장기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 상승의 혜택을 누려온 정유·화학주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러시아·브라질 증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 유가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화학주 실적 악화 불가피

에쓰오일은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원(0.32%) 떨어진 1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9.1% 하락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7.1%) GS(-7.7%) 등 주요 정유주를 비롯해 LG화학(-7.3%) 롯데케미칼(-7.0%) 등 화학주들도 하락세를 보였다.

정유·화학주 '짙은 먹구름'…러시아·브라질 펀드 손실도 커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보기술(IT)주와 함께 강세장을 이끌어온 정유·화학주가 주춤하면서 주식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70포인트(0.49%) 하락한 2357.53으로 마감했다.

정유·화학주의 약세는 국제 유가 급락 탓이다.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0.97달러(2.2%) 하락한 43.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23일 전고점과 비교하면 21% 떨어져 다시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고점에 비해 20% 하락하면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 장기 저유가가 불가피하다”며 “정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화학 제품값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준다. 부타디엔 가격은 1분기 t당 3000달러에서 85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에틸렌 MEG SM 등 다른 석유화학 제품값도 하락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화학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석 달 전보다 6.5%, 석유 및 가스업종은 13.6% 하향 조정됐다. 조선업체들도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들어 악영향을 받는다.

○원유선물 ETF 손실 눈덩이

국제 유가 하락은 신흥국펀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주가지수가 급락한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각각 -8.14%와 -1.72%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10% 넘는 수익률을 거둔 중국과 유럽펀드에 비해 크게 부진하다.

유가 반등을 기대하고 원유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원유 선물지수 상승분의 약 두 배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은 이달 들어 손실률이 -30.3%에 달한다. 개인들은 이번 달에 이 상품을 8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섣불리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실물수요 둔화라기보다는 연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감에 따른 과도한 재고 확보의 후유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40달러는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그동안 유가 상승에 발목이 잡혀 작년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한국전력(1.33%) 등 유틸리티주가 강세를 보였다. 저유가 수혜주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0.66%) 제주항공(0.63%) 하나투어(1.10%) 등 항공·여행주도 오름세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