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빛과 어둠을 쉽게 구분한다. 빛의 유무에 따라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광센서 ‘포토다이오드’도 명암을 판별한다. 포토다이오드가 인간이 경험하는 방식으로 빛과 어둠을 느끼는 것일까. 답은 당연히 ‘아니요’다. 그렇다면 인간과 포토다이오드의 차이는 뭘까.

미국 위스콘신대 정신의학과 교수 줄리오 토노니는 파이: 뇌로부터 영혼까지의 여행을 통해 뇌와 영혼, 의식의 존재를 파헤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의식이란 무엇인가’, ‘뇌는 어떻게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등 누구나 한번쯤 품어봤을 법하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다.

저자는 소설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의식에 대한 호기심에 가득 찬 늙은 과학자 ‘갈릴레오’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적 여행을 통해 여러 과학자와 사례를 접하면서 의식에 대한 과학적 발견과 이론을 깨달아간다. DNA의 2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 초반 여정의 길잡이가 된다.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코페르니쿠스와 대면했을 때 크릭은 갈릴레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도시 속 서로 다른 길드나 직종에 속한 구성원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주문을 하며 물건을 주고받는 것처럼 뇌 속 여러 부분도 마찬가지랍니다. 대뇌 덩이의 상당 부분은 가느다란 선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를 통해 대뇌 안의 특화된 부분들이 서로 소통합니다. 이런 선들이 없다면 뇌는 전혀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도로가 폐쇄됐을 때 대도시가 마비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뇌에 대한 배경지식을 전한 저자는 의식에 대한 이론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는 ‘통합정보이론’으로 정신의학계의 세계적 권위자 반열에 오른 학자다. 이 이론의 핵심은 ‘정보가 통합되는 곳에 의식이 깃든다’는 것. ‘통합된 정보’란 부분들이 만들어낸 정보의 합보다 큰, 시스템 전체가 만들어낸 정보를 뜻한다.

예컨대 100만 대의 포토다이오드를 배치하고 스크린에 특정 글자를 띄워도 포토다이오드 하나하나는 각자가 맡은 독립된 화소만 보고할 수 있을 뿐, 자신의 동료가 무엇을 보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이를 복합체로 보고 의미를 인식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인 ‘파이(Φ)’는 정보(Information)를 뜻하는 ‘I’에 통합을 상징하는 원 모양을 겹쳐놓은 기호로 ‘통합된 정보’를 나타낸다.

소설이라는 형식 특성상 자칫하면 과학적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책장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각 장의 끝에 해당 장에서 다뤄진 핵심 인물과 개념을 설명하는 주석으로 보완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