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자외선이 독…백반증, 여름이 두렵다
박모씨(59)는 젊었을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다.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셀카를 즐겨 찍었다. 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법을 배워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는 1년 전부터 사진을 일절 찍지 않는다. 얼굴에 백반증이 생기면서다. 사교성이 좋아 즐겨 참여하던 외부활동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따가운 자외선이 독…백반증, 여름이 두렵다
박씨처럼 백반증이 생기면서 일상생활에 자신감을 잃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에 특히 그렇다. 백반증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날이 따뜻해지면서 서서히 증가하다가 7~8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백반증 환자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백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4만9561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1% 늘어난 5만9844명이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름철 환자 증가는 백반증 발병 자체가 늘었다기보다 백반증을 인지하는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반증은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백색 반점이 피부에 나타나는 후천적 탈색소성 질환이다. 반점의 크기와 형태는 제각각이다. 얼굴에 생기기도 하지만 팔, 다리, 겨드랑이, 생식기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백반증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간혹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지만 대개 통증 같은 증상이 별로 없어 미용상 문제가 크게 부각된다.

멜라닌 세포는 자외선이 피부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멜라닌이라 불리는 검은 물질을 만들어 자외선을 흡수하는 원리다. 피부색이 검게 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백반증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의학계에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면역세포가 멜라닌 세포를 적으로 오인하고 파쇄한다는 자가면역설, 비정상적인 신경세포가 화학물질을 분비해 멜라닌 세포를 손상한다는 신경체액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일광 화상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백반증 환자의 약 30%가 가족력이 있어 유전적 요인도 원인으로 의심된다.

백반증 치료법으로는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거나 증상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방법이 있다. 증상 부위가 넓을 때는 광선이나 레이저를 활용해 치료하기도 한다. 외과적 치료법으로는 피부이식술과 자가 멜라닌 세포 이식술 등이 있다. 완벽한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백반증은 종류에 따라 완치되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며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백반증은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뾰족한 예방법도 없다. 전문가들은 멜라닌 세포를 파괴한다고 알려진 활성산소를 억제하기 위해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된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될 수 있으면 자외선을 쬐지 않도록 여름에는 야외활동을 삼가고,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도록 조언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