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의 한 복합형 오락실에서 만난 대학생 이진호 씨(24)는 “인형뽑기뿐만 아니라 간단한 슈팅게임, 다트, 펌프 등을 한곳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복합형 오락실의 장점”이라며 “여럿이 올 때는 물론이고 혼자 와도 시간을 보내기 좋아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오락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구조는 비슷하다. 입구에는 보통 인형뽑기 기계가 들어서 있다. 귀여운 인형으로 손님의 발길을 끈 뒤 다른 게임을 하도록 유도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다른 층에는 전자 다트, 농구, 사격, 슈팅게임, 에어하키 등 다양한 게임을 구비해 놓는다. VR 게임 등을 마련해 시선을 끄는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형뽑기 기계를 1층에 배치하는 것은 사람들을 가게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목적이 크다”며 “인형뽑기에 지치면 다른 층으로 이동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내 복합형 오락실은 3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신촌 G오락실 관계자는 “지방에서 복합형 오락실 창업을 문의하러 서울까지 오는 사람이 하루 평균 다섯 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합형 오락실 확대 배경으로 체험 경제의 확산과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만화방, 방탈출카페 등 소비 패턴이 음식에서 놀이로 이동하면서 오락실에서 2만~3만원을 기꺼이 지출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며 “불황 속에서도 적은 비용에 작은 재미로 행복을 찾으려는 욕구가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형 복합 오락시설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형 오락실의 성공을 지켜본 은퇴자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락실은 대부분 자동화된 덕분에 유지 관리가 쉬운 편이어서 은퇴를 앞둔 시니어 창업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하다”며 “일본의 장기불황 때 빠찡꼬가 10년가량 성행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투자금이 10억~15억원에 이르는 만큼 무리한 투자는 나중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몰락한 PC방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