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채비율 167%…미국의 두 배
인수합병 과정서 눈덩이처럼 불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 차단
급제동 걸린 차이나머니
4개사, 2년여간 570억달러 투자
대출 규제땐 기업사냥 '올스톱'
투자자 불안에 주가 줄줄이 급락
23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주요 은행에 이들 다섯 개 기업의 해외 M&A 관련 부채 상황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은감위는 보고 결과를 토대로 대출 축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소식에 일부 상장사 주가가 급락했다. 선전증시에 상장돼 있는 완다필름 주가는 지난 22일 오전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져 거래가 중지됐다. 홍콩증시의 HNA홀딩스와 푸싱인터내셔널 주가도 5~6%대 하락세를 보였다. 일부 대형 은행이 조사 대상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각했다는 소식이 투자자의 불안을 키웠다.
조사 대상이 된 기업은 최근 2년여간 ‘차이나머니’의 해외 기업 M&A를 최선두에서 주도해왔다. 완다그룹은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와 세계 최대 극장체인 AMC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했고, HNA그룹은 힐튼호텔을 보유한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인그램마이크로 등을 사들였다. 안방보험은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 한국의 동양생명 등을 인수했다. 글로벌 M&A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안방보험 완다그룹 HNA그룹 푸싱그룹 등 네 기업은 2015년 이후 해외 M&A에 570억달러(약 65조원)를 투자했다. 이 기간 중국 기업 전체 해외 M&A의 18%에 해당한다.
◆금융시스템 리스크 사전 차단 목적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 기업의 해외 기업 M&A를 적극 장려해왔다. 내수시장 성장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라는 취지였다. 2014년에는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해외 M&A 규모를 ‘1억달러 이상’에서 ‘10억달러 이상’으로 높였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2250억달러(약 256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에 따른 급격한 자본 유출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자 작년 말 100억달러 이상 초대형 해외 M&A는 엄격한 사전 조사를 거쳐 승인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규제를 시행했다.
다만 은감위의 이번 조사는 자본 유출보다는 부채 급증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 비중은 167%(2016년 6월 말 기준)로 미국(72.4%) 일본(98.7%) 독일(53.3%) 한국(105.7%)보다 높다.
중국 정부는 일부 기업의 공격적인 해외 M&A가 기업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올 들어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과 중산 상무부장은 지난 3월 공개 석상에서 일부 기업의 해외 M&A에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투자”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들도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기업의 부채 급증에 우려를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작년 12월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완다상업부동산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고, HNA그룹에 대해선 “재무정책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부채도 너무 많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사가 이들 기업과 연계된 중국 권력층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방그룹 푸싱그룹 HNA그룹은 그동안 정치권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은 지난 9일 중국 당국에 연행돼 조사받고 있다.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은 2015년 12월 당국에 연행돼 사흘간 조사를 받았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