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붐' 일으킨 미국, 에틸렌 시장 뒤흔든다
셰일오일·가스로 세계 원유 시장을 뒤바꾸고 있는 미국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셰일가스 부산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공장만 300개 이상 건설 중이다. 한 해 미국 제조업 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돈을 석유화학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쉐브론필립스케미컬과 엑슨모빌, 다우케미컬이 미국 텍사스에 마련한 각각 연산 150만t 규모의 에탄분해설비(ECC)가 올 하반기 생산에 돌입한다. 미국 화학협회 조사 결과 진행 중인 석유화학 프로젝트만 310개, 투자액은 1850억달러(약 210조원)에 달했다.

WSJ는 “엄청난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09년 미국 제조업 투자의 20%가 석유화학산업에 투입됐고 지난해엔 절반을 차지했다.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각종 플라스틱의 원료다. 아시아 중동 등에선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로 에틸렌을 만들지만, 미국은 가스에서 뽑은 에탄을 원료로 쓴다.

미국은 1990년대 석유화학 설비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2008~2010년 유가 하락으로 나프타 가격이 급락하자 12개 이상의 ECC를 폐쇄했다. 아시아 중동 등에 나프타분해설비(NCC)보다 경쟁력이 떨어져서다.

전환점은 2010년 ‘셰일혁명’이다. 가스 부산물인 에탄의 미국 내 생산량은 2008년 200만배럴에서 2016년 370만배럴로 증가했다. 업계는 2012년께부터 ECC 투자를 본격화했다.

미국은 에틸렌과 플라스틱 수출이 무역적자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미국의 비료 접착제 솔벤트 등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지난해 170억달러에서 2027년 11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간 원유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이를 통해 미국 화학산업은 2025년까지 46만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토머스 루니에츠 IHS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급성장하는 산업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에틸렌 가격 하락을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2009년 이후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미국 내 ECC는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