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샷이 ‘킬러 샷’으로 떠올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 18번홀에서 조던 스피스(미국)가 꽂아넣은 벙커샷 버디가 벙커샷의 위력과 가치를 새삼 일깨웠다.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을 벙커샷으로 파세이브한 데 이어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 벙커샷까지 버디로 연결시켜 우승컵을 차지한 사례는 PGA투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스피스는 이 결정적 벙커샷 하나로 122만4000달러(약 14억원)를 챙겼다. 2위 상금 73만4400달러(약 7억3440만원)와의 격차가 5억6000여만원이다.

스피스는 아이언과 퍼터에 능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린 적중률이 70.67%로 투어 5위다. 홀당 퍼팅이 평균 1.709회로 3위다. 이에 못지않은 능력이 벙커 탈출이다. 샌드 세이브율이 59.02%로 투어 전체 17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25명의 투어 챔프 중에는 리키 파울러(미국), 애덤 해드윈(미국)에 이어 3위다. 임경빈 프로는 “벙커샷은 결승전이나 연장 등 긴장된 상황에서 많이 부닥치는 트러블 샷으로 평소 준비돼 있지 않으면 성공시키기 어렵다”며 “챔피언이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했다.

같은 날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에서도 벙커샷은 대세를 가르는 결정적 한 방이 됐다. 선두 유소연과 7타 차로 시작해 한때 2타 차까지 격차를 좁혔던 양희영(29·PNS)은 13번홀(파4)에서 그린 사이드 벙커샷 실수로 보기를 범하며 기세가 꺾였다.

반면 유소연은 이 홀에서 벙커샷을 성공시켜 한 걸음 더 달아났다. 유소연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떨어졌지만 이곳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컵 2m 부근에 떨궈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벙커샷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트러블 샷이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만 제대로 지켜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송경서 프로는 “벙커샷은 연습량 외엔 해법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게 풀스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