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에어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TV를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여름철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소득 증가와 인구 구조 변화, 제조업체의 기술혁신 등이 한때 사치재이던 에어컨을 필수재로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전자·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에어컨시장이 구조적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올해 판매량이 250만~28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40만~150만 대이던 평년 판매량을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역대 최고인 지난해(220만 대) 판매량을 1년 만에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200만~230만 대로 예상되는 TV 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에어컨 판매가 시작된 1968년 이후 처음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에어컨 판매 물량의 70~80%가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오텍 등의 에어컨 생산라인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 평년 대비 1~2개월 빠른 것이지만 급증하는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주문을 해도 한 달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이날 삼성전자가 계약 이후 설치까지 기간을 1주일로 줄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무더위와 마른장마가 계절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시장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소득 수준 향상과 전기료 부담 경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