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 혈맹 신뢰 다지고 경제실리 챙겨야
문재인 대통령이 29~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간 외교·안보, 통상, 국제금융 현안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외교·안보 면에서는 혈맹으로서의 신뢰회복이 중요한 과제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대화의 전제조건을 ‘추가도발 중단’으로 낮춘 것이다. 이는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직전까지 미사일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하는 미국과 온도차가 있는 부분이다. 지난 1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기념식에서는 남북철도 연결도 주장했다. 같은 날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고, 앞서 13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개성공단 재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한·미 간 마찰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런 일련의 발언과 사건들로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무엇보다도 동맹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미 간 외교·안보 측면의 마찰은 경제현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부 수출품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에 이어 철강재, 세탁기, 반도체에 대한 16년 만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여부 조사라는 초강수도 두고 있다. 냉전시대인 1962년에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한국 수출품에 대해 국가안보영향 조사까지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한국 정부에 1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제품 구매펀드 조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통상 측면에서는 미국이 크게 불리한 처지도 아니다. 다만 상품무역수지에서 지난해 한국이 232억달러 흑자를 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이드라인인 상품무역수지 200억달러 기준을 소폭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서비스무역에서 연간 144억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어 상품과 서비스를 합한 무역수지 면에서는 88억달러 흑자에 불과하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대미(對美) 직접투자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대미 직접투자 총액은 1만3082개 기업, 774억달러에 이르러 미국에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 등이 미국에 신규 투자를 하거나 기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도 검토되고 있다. 이런 점을 패키지로 잘 활용해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

국제금융 면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 약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은 한국의 수출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금리차로 인해 갑작스런 자본유출이 일어날 경우 한국은 외화유동성 경색에 빠질 가능성도 있고 이웃 동아시아 국가들의 위기가 전염될 우려도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명예소장은 한국을 환율조작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발언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잘 이해시키면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비공개적으로라도 2008년 같은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출이 대기업에만 혜택을 준다는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은 수많은 납품업체의 생사가 달린, 한국 경제의 대들보라는 인식을 토대로 자유무역에서 공정무역으로, 다자간협상에서 쌍무협상으로 전환하고 있는 미국 통상기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이 각각 미국과 정상회담 후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된 배경과 전략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