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반대·검증 문턱에…장관 1순위 인사들 '삐끗'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금융위원장 인선은 27일 청와대 인사 발표에서도 빠졌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 관계자의 얘기를 종합하면 세 개 부처 장관 인선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데는 검증 탈락과 시민사회단체 반대 등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장관 유력 후보군은 지난 두 달 동안 계속 바뀌었다. 대부분 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최종 후보로 추천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산업부 관료 출신 전문가인 데다 한전 등 공기업 수장을 거치면서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게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과거 공공사업을 할 때 갈등을 빚은 환경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해 청와대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새 후보군 물색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이 새롭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인선이 풀리지 않을 경우 우태희 현 2차관이 장관으로 올라갈 것이란 관측도 한다.

복지부 장관 후보로는 김용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문재인 캠프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복지 공약을 짜는 데 핵심 역할을 해 복지부 장관 1순위로 꼽혀왔다. 하지만 인선이 계속 미뤄지자 검증 과정에서 중대한 결격 사유가 발견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교수 출신인 점을 감안해 논문 표절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다. 최근에는 남인순·전현희·전혜숙·김상희 등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전 금융위원장)의 재기용설이 막판에 유력했으나 시민단체와 노동계 반대 등으로 결국 본인도 생각을 접고 청와대에 고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금융노조 등은 그가 금융위원장 시절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줬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임명에 반대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김 전 위원장 재기용에 반대해 청와대가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김석동 카드’가 사실상 불발됨에 따라 청와대는 원점으로 돌아가 인선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전 금융연구원장),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고문,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직 관료로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의 승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김석동 전 위원장이 고사함에 따라 금융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를 패키지로 놓고 원점에서 인선 작업을 추진하다 보니 임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태훈/김일규/이태명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