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구글의 쇼핑 검색 서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상 최대의 ‘벌금폭탄’을 때렸다.

EU 집행위원회는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7일 발표했다. EU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구글은 EU의 조사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제소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구글에 3조원 '과징금 폭탄'…"자사 쇼핑 유리하게 검색 왜곡"
◆구글 검색정책 변경 요구

EU 측은 이날 발표문에서 “구글이 쇼핑 비교 결과를 왜곡해 자회사 제품에 불법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검색엔진으로서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했다. EU가 2010년부터 7년간 구글이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자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사의 쇼핑과 여행, 지역 검색 등 서비스에 혜택을 줬다는 혐의를 조사한 뒤 내린 결론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에서 구글 검색엔진 사용 비중은 95%에 달한다.

EU는 구글에 90일 이내에 불공정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EU가 제시하는 대로 전반적인 검색 서비스 정책을 변경하라는 것이다. EU는 기간 내에 구글이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때에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하루 글로벌 매출의 최대 5%를 추가 과징금으로 부과키로 했다.

구글은 즉각 반발했다. 켄트 워커 구글 선임 부사장은 “우리는 오늘 발표된 EU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EU 집행위 결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 결정이 다른 반독점 관련 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U는 쇼핑 검색 서비스 외에도 구글의 애드센스 광고 서비스와 안드로이드 휴대폰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불공정 행위를 조사 중이다. 쇼핑 검색 서비스에 이어 연속적으로 불공정 행위로 결론날 경우 상당한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EU 간 갈등으로 비화 가능성도

EU의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내린 결론과 어긋난다. 구글은 2013년 FTC로부터 같은 이유로 고소당한 적이 있지만 경고 조치만 받은 바 있다.

EU의 ‘미국 기업 때리기’가 양측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EU는 지난해 아일랜드에 유럽본부를 둔 애플이 법인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며 130억유로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도 지난 5월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정보를 규제당국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벌금 1억1000만유로를 부과받았다. 지난 1월에는 아마존이 EU 집행위가 제시한 방침에 따라 계약조건을 수정한 후 유럽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규제 당국은 1989년부터 광범위한 독점금지 문제를 놓고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조사했다. 2009년에는 인텔이 10억60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구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가 벌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휴대폰 제조사가 변종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구글이 방해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