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고정밀 3D 프린터.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고정밀 3D 프린터.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경남 창원의 연구기관과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과 이전을 통해 3차원(3D) 프린트 분야 시장 개척에 나선다.

한국전기연구원(원장 박경엽)은 전기가 통하는 초미세 전자회로를 3차원으로 인쇄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대건테크(대표 신기수)에 이전했다고 28일 발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설승권 책임연구원팀(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이 개발한 이 기술은 탄소나노튜브(CNT) 및 은(Ag) 나노입자를 이용한 ‘3D 프린팅용 나노 전자잉크’와 ‘잉크 기반 고정밀 3D 프린팅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기가 통하는 수백 나노미터(nm· 1nm=10억 분의 1m) 크기의 스마트 기기용 전자회로를 인쇄할 수 있다. 웨어러블 전자기기가 발달하며 여기 들어가는 전자회로 역시 유연한 기판 위에 집적화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설 연구원은 “개발된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의 거시적인 구조물을 제작하는 것에 그쳤던 3D 프린팅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며 “다양한 소재로 마이크로, 나노미터 수준의 기능성 3차원 미세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D프린터로 영역 넓히는 창원 대건테크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인 곳은 창원산단 내 대건테크(대표 신기수·사진)였다. 1998년 설립한 이후 매출 200억원대를 달성한 중소기업으로 스크린프린터, 칩마운터, 방전가공기 등 산업용 장비와 케이블 등 제어용 부품을 주로 생산하다 2014년부터 3D 프린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 신기수 대표는 “내수 시장 침체가 깊어지고 성장도 정체되자 대기업 납품 비중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외부 경영 컨설팅을 통해 사업 전략을 과감하게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회사가 보유한 케이블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브랜드의 3D 프린터 개발을 시작했고 교육용과 의료용·산업용 등 3D 프린터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지난해부터는 의료 특화용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PEEK(폴리아릴에테르케톤) 소재를 이용한 인체 삽입용 의료용품을 제작하는 3D 프린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프린터를 이용하면 두개골이나 척추 고정용 등 인체 삽입 보형물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오는 8월께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국전기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잉크의 표면 장력을 이용해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과 같은 새로운 방법으로 프린팅하는 기술이다. 이 프린터가 출시되면 앞으로 미세 전자부품도 3D 프린터로 찍어 내는 것이 가능해 전자소자 제조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시에 기존의 금속 3D 프린터의 단점을 보완한 고속 정밀 의료 전용 3D 프린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티타늄 등 인체에 직접 삽입하는 임플란트를 제작할 수 있는 프린터다.

3D 프린터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한 대건테크는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 매출 2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이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