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화물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이 특별 화물기를 통해 돌고래를 수송하고 있는 모습. 온도 민감성 등으로 돌고래를 운송하려면 특별 시설물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특별화물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이 특별 화물기를 통해 돌고래를 수송하고 있는 모습. 온도 민감성 등으로 돌고래를 운송하려면 특별 시설물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는 특별한 손님이 타고 있었다. 1997년 불법포획 된 지 20년 만에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가는 희귀종(보호대상해양생물)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다. 이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안에는 전문 사육사와 수의사가 동승해 30분마다 상태를 확인했다. 난기류로 인한 기체 흔들림에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만큼 한층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여정이었다.

돌고래, 판다, 말 등 동물에서부터 과일,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특수화물을 실어나르는 하늘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수화물 시장은 일반화물보다 경쟁이 덜한 반면 수익성은 높아 항공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특수화물 시장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약 10%씩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전체 화물수송 매출의 5%에 그쳤던 특수화물 매출 비중이 지난해 6%로 높아진데 이어 올해는 7%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특수화물은 접수, 보관, 탑재 시 특별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화물로 보통 신선식품, 반도체, 생동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온도와 물리적 환경에 민감해 항공사가 별도의 시설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송처럼 속도가 중요한 경우도 특수화물에 속한다.

특수화물 시장이 커지는 건 국가 간 무역이 과거보다 활발해지면서 서로 교역할 수 있는 품목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항공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특수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의약품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주로 유럽 등지에서 오는 의약품은 온도 민감성 때문에 첨단 컨테이너를 사용해 기내를 권장 온도인 섭씨 8~12도에 맞춰 수송해야 한다..

제약사들의 글로벌 판매망 확대로 자연스럽게 의약품 운송도 늘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15년 944t였던 의약품 운송량이 지난해 2746t로 191% 증가했다.

계란도 특별화물에 속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계란은 깨지기 쉽기 때문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승인을 받은 전용 종이박스에 포장해야 한다.

이렇게 포장한 계란은 가로 244cm, 세로 317.5cm, 높이 244cm인 팔레트에 실려 항공기 내에 가져와 고정한다. 계란 역시 신선식품에 속하므로 기내를 권장 온도인 섭씨 8~12도에 맞춰 수송하게 된다.

운송 난이도가 가장 높은 건 동물이다. 온도 뿐만 아니라 항공기 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의사와 사육사가 동승해 동물의 상태를 계속 체크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비둘기 9500마리, 돼지 1621마리를 들여왔고 2015년에는 말 180마리와 돌고래 2마리 등을 운송했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3월 전세계 20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희귀 동물인 판다 한쌍을 중국 청두 국제공항에서 데려왔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1866년 병인양요 때 빼앗긴 외규장각 의궤를 2011년 동반 운송한 적도 있다. 민감성 반도체를 만드는 정보기술(IT)회사도 특수화물을 이용하는 단골들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상어와 악어 등 동물 400여마리를 한번에 운송하기도 했다"며 "특별화물의 경우 전문적인 운송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화물에 비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