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나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 지천명(知天命)이다. 공자(BC 551~479년)가 쉰 나이에 천명을 알았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논어(論語)-위정편》에 나온다. 나이 쉰에 하늘의 이치를 깨달은 공자는 51세에 노나라에서 처음 벼슬을 했고 73세까지 살았다.

요즘은 쉰 나이에 ‘지천명’ 운운하다가는 ‘꼰대’라거나 ‘실없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60대, 70대가 많아졌다. 연륜을 따지는 자리에서 50대 나이로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여기에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하고 전문화한 데다 변화 속도도 빨라져 세상 이치를 속속들이 알기가 더 힘들어졌다.

지금 한국의 50대 대부분은 1960년대 태생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막내인 63년생이 올해 한국 나이로 55세다.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과거의 ‘386’세대(지금의 86세대) 대다수도 이제는 50대가 됐다.

50대 상당수는 스스로를 ‘낀세대’라고 부른다. 사이에 끼인 ‘어정쩡한’ 세대라는 것이다. 50대는 부모 부양의 책임을 지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신의 노후는 자식에게 맡기기 힘든 첫 세대가 되고 있다. 직장 생활도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승승장구한 선배 세대와 달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임원에 오르지 못하고 퇴직을 준비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라이나생명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함께 ‘대한민국 중·장년 일상의 행복’을 설문조사했더니 50대 남성의 ‘삶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당사자인 50대들로부터 “기대수명은 길어졌는데 은퇴 후 노후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조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년은 시시각각 다가오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 등으로 모아놓은 돈은 없고, 기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남성호르몬 분비와 이로 인한 갱년기 증상도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아무래도 체력과 정력이 예전만 못한 데다 머리숱이 줄고, 배가 나오면 외모에서부터 자신감이 저하된다. 괜한 간섭이나 잔소리가 늘면서 가정이나 직장 대화에서 소외되는 일이 잦다면 이 또한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98세의 현역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60대가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보람있는 나이”라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이 전성기”라며 직장이건, 공부건, 취미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50대들이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남성의 기대수명은 80세 이상이다. 50대 남성 여러분 힘내시라. 파이팅!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