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무관심 파고 든 '이념 투쟁'…'촛불' 거치며 과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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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에 흔들리는 상아탑
"탈이념 대학가서 이례적인 현상"
"탈이념 대학가서 이례적인 현상"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을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총학생회는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운동권’ 세력이 주축이다. 교직원과 몸싸움을 하고 망치로 창문을 깨뜨리는 등의 과격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도 이념투쟁을 앞세우는 전형적인 운동권의 행태다. 많은 대학에서 총학생회를 구성하지도 못할 만큼 학생 운동은 퇴조했다. 하지만 촛불시위를 거치며 급진적 이념을 가진 일부 과격 학생회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흥캠퍼스 점거 농성은 반(反)자본주의, 사회주의 건설 등을 강령으로 내세운 사회변혁노동자당과 노동자연대 등 정치 단체 소속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본관 점거를 주도하는 10~20명의 학생 상당수가 사회변혁노동자당 소속으로 전해진다.
이는 탈이념·탈정치화된 대학가에선 이례적인 현상이다.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로 상징되는 운동권은 이미 대학가에서 사실상 명맥을 잃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운동권(?) 딱지는 대학가 선거에선 ‘낙선의 지름길’로 통한다. 작년 8월 평생교육단과대학 신설을 두고 벌어진 이화여대 본관 점거 농성에서 이화여대생들은 의도적으로 학내 운동권 세력을 투쟁에서 배제했다. 이른바 ‘?’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운동권이 총학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비운동권의 연합, 일명 하이브리드(잡종) 전략 덕분이다. ‘무관심’과 ‘탈이념화’ 조류에서 자력 당선이 힘들어진 운동권 후보들은 자신의 진보 색채를 희석할 수 있는 ‘비권’ 후보와 연대하고 있다. 치열한 비권 간 경쟁이 이런 전략이 유효한 배경이다.
진보적 학자로 꼽히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흥캠퍼스 사태의 원인으로 학내 소통 부족을 들지만 이는 갈등이 촉발된 원인일지언정 사태 장기화의 원인은 아니다”며 “소수 극단 세력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투쟁이 시흥캠퍼스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소수 과격 운동권 세력이 학내 이슈를 좌우하는 ‘과잉 대표화’ 현상은 학생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치 무관심은 요즘 대학가의 보편적 현상이다. 매년 투표율 미달로 총학을 구성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작년 말 연세대는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렀지만 26.9%의 낮은 투표율로 무산됐다. 서강대와 한국외국어대는 출마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도 못했다.
총학 선거가 투표 정족수인 50%를 넘기는 게 목표가 된 지 10여 년이다. 서울대는 2006년 이후 재선거 등을 포함한 18번의 선거 중 투표율 미달 및 부정선거로 무산된 적이 8번으로 절반이다.
이런 무관심이 정치 지형과 맞물리며 이념적 편향을 지닌 운동권 총학의 활동공간을 넓혀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지난해 촛불집회가 서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에서 소위 운동권 총학의 결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학생운동사 연구자인 이기훈 연세대 인문한국(HK) 교수는 “연이은 학내 분규를 관성적으로 보지 말고 학생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시흥캠퍼스 점거 농성은 반(反)자본주의, 사회주의 건설 등을 강령으로 내세운 사회변혁노동자당과 노동자연대 등 정치 단체 소속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본관 점거를 주도하는 10~20명의 학생 상당수가 사회변혁노동자당 소속으로 전해진다.
이는 탈이념·탈정치화된 대학가에선 이례적인 현상이다.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로 상징되는 운동권은 이미 대학가에서 사실상 명맥을 잃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운동권(?) 딱지는 대학가 선거에선 ‘낙선의 지름길’로 통한다. 작년 8월 평생교육단과대학 신설을 두고 벌어진 이화여대 본관 점거 농성에서 이화여대생들은 의도적으로 학내 운동권 세력을 투쟁에서 배제했다. 이른바 ‘?’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운동권이 총학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비운동권의 연합, 일명 하이브리드(잡종) 전략 덕분이다. ‘무관심’과 ‘탈이념화’ 조류에서 자력 당선이 힘들어진 운동권 후보들은 자신의 진보 색채를 희석할 수 있는 ‘비권’ 후보와 연대하고 있다. 치열한 비권 간 경쟁이 이런 전략이 유효한 배경이다.
진보적 학자로 꼽히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흥캠퍼스 사태의 원인으로 학내 소통 부족을 들지만 이는 갈등이 촉발된 원인일지언정 사태 장기화의 원인은 아니다”며 “소수 극단 세력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투쟁이 시흥캠퍼스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소수 과격 운동권 세력이 학내 이슈를 좌우하는 ‘과잉 대표화’ 현상은 학생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치 무관심은 요즘 대학가의 보편적 현상이다. 매년 투표율 미달로 총학을 구성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작년 말 연세대는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렀지만 26.9%의 낮은 투표율로 무산됐다. 서강대와 한국외국어대는 출마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도 못했다.
총학 선거가 투표 정족수인 50%를 넘기는 게 목표가 된 지 10여 년이다. 서울대는 2006년 이후 재선거 등을 포함한 18번의 선거 중 투표율 미달 및 부정선거로 무산된 적이 8번으로 절반이다.
이런 무관심이 정치 지형과 맞물리며 이념적 편향을 지닌 운동권 총학의 활동공간을 넓혀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지난해 촛불집회가 서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에서 소위 운동권 총학의 결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학생운동사 연구자인 이기훈 연세대 인문한국(HK) 교수는 “연이은 학내 분규를 관성적으로 보지 말고 학생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