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문 대통령 오른쪽)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서 헌화한 뒤 당시 참전용사였던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해병 중장(앞줄 오른쪽 첫 번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호 기념비는 지난달 4일 완공됐다. 콴티코=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문 대통령 오른쪽)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앞에서 헌화한 뒤 당시 참전용사였던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해병 중장(앞줄 오른쪽 첫 번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호 기념비는 지난달 4일 완공됐다. 콴티코=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해 첫 공식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저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지난달 초 제막했다.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중이던 1950년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제1해병사단이 중국군 7개 사단에 포위돼 전멸 위기를 맞았지만 2주 만에 극적으로 철수에 성공한 전투다. 미 전쟁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이 전투는 1만4000명의 피란민을 남쪽으로 실어나른 ‘흥남철수’ 작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미국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한 피란민 행렬에는 문 대통령의 부모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67년 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10만여 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고, 빅토리호에 오른 피란민 중에 제 부모님도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2년 뒤 저는 빅토리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7년 전 자유와 인권을 향한 빅토리호의 항해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며, 저 또한 기꺼이 그 길에 동참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가겠다. 위대한 한·미동맹의 토대에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28일(한국시간)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간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한·미의 북핵 공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며 “북한의 핵 동결과 핵시설 폐기로 이르는 단계에서야 비로소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 노력은 단계마다 철저한 국제사회의 검증이 이뤄져야 하고,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인지는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2단계 해법에 대해 “최소한도로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는 약속을 해줘야 그 이후에 본격적인 핵 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 동결은 북한과 대화의 입구이고, 궁극적으로 핵 폐기가 대화의 출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핵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완전히 고립돼 국제사회가 북한에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명분을 세워주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