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차이나 기업가정신'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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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G2 과점화 추세
학계는 중국 기업가정신 분석중
한국은 대체 뭐가 고장난 걸까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학계는 중국 기업가정신 분석중
한국은 대체 뭐가 고장난 걸까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중국 기업가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쉬징훙 칭화홀딩스 회장이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 말이다. “중국은 기업가정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리커창 총리의 개막 연설과 죽이 잘 맞는다.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가 발표한 ‘2017년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I)’에 따르면 중국은 48위로 한국보다 낮다. 하지만 정체된 한국과 달리 상승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난해 대비 12계단이나 올랐다. 세계적 스타 벤처 탄생이 늘고 있고 신성장 산업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한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은 세계 기업패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플,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기업이 1~5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 텐센트, 알리바바가 9, 10위에 등극했다. 글로벌 인터넷기업 시가총액 20대 기업을 봐도 미국과 중국이 각각 13개, 7개로 나눠 가졌다.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상당) 이상 글로벌 유니콘 기업도 미국이 55%, 중국이 23%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 목소리가 높지만 미국과 중국의 과점화로 가는 양상이다.
서구 학계 시각으로 보면 중국 기업가정신은 ‘역설’ 그 자체다. 중국의 법치, 시장 경쟁, 사업 환경 등이 후진적이라고 여겼는데 어째서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고 있느냐는 얘기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왜 중국에서 일어나지 않았나’라는 ‘니담의 퍼즐’ 자리에 ‘중국 기업가정신 퍼즐’이 들어온 모습이다. 일단의 학자들이 지난 5월 저널 오브 비즈니스 벤처링(Journal of Business Venturing)에 ‘제도적 후진성과 기업가적 재투자: 정치적 커넥션의 역할’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가정신은 제도적 후진성으로 인한 불확실성, 불이익을 정치적 커넥션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정경유착’으로 해석할 수 없게 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 당국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다.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고 기업가가 재산권 및 혁신을 통해 얻은 수익을 적법하게 보호한다”(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보고서), “제도와 정책 시스템을 정비해 기업가정신이 혁신 드라이브, 산업체질 개선 등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게 한다”(중국 국무원, 2016년 경제체제 개혁에 관한 의견), “기업가는 그 자체로 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 (정부의 몫인) 제도적 환경 조성은 업계 수익을 바꿔 기업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장루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등이 그 예들이다.
기업가는 ‘제도적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올리버 윌리엄슨은 “제도에도 위계(位階)가 있다”며 “정치적 규제나 정책보다 위에 있는 건 그 사회의 규범과 문화”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 산출을 주도해 온 졸탄 액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의 멘트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문화적 지지가 없다면 더 이상 한국에서 발전하는 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다. (한국은) 기업이 가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을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폐쇄적이었던 중국은 기업의 이윤 창출을 인정하고 새로운 기업도 계속 쏟아진다.”(한국경제TV 인터뷰) 중국은 세계 연구개발투자에서 미국 다음이다. 한국은 절대액에서는 밀리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세계 최고다. 여기에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다. 기업가정신이 넘칠 조건을 갖춘 한국인데 뭐가 고장난 걸까.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유명한 칼 포퍼의 ‘민주주의는 혁신을 촉진한다’는 가설을 한국에서 실증적으로 검증하면 미국만큼 강하게 지지받을까. 민주주의라지만 혁신시스템은 그 반대로 가는 건 아닌가. 혹은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온갖 경제적 규제를 양산해 시장경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가 발표한 ‘2017년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I)’에 따르면 중국은 48위로 한국보다 낮다. 하지만 정체된 한국과 달리 상승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난해 대비 12계단이나 올랐다. 세계적 스타 벤처 탄생이 늘고 있고 신성장 산업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한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은 세계 기업패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플,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기업이 1~5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 텐센트, 알리바바가 9, 10위에 등극했다. 글로벌 인터넷기업 시가총액 20대 기업을 봐도 미국과 중국이 각각 13개, 7개로 나눠 가졌다.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상당) 이상 글로벌 유니콘 기업도 미국이 55%, 중국이 23%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 목소리가 높지만 미국과 중국의 과점화로 가는 양상이다.
서구 학계 시각으로 보면 중국 기업가정신은 ‘역설’ 그 자체다. 중국의 법치, 시장 경쟁, 사업 환경 등이 후진적이라고 여겼는데 어째서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고 있느냐는 얘기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왜 중국에서 일어나지 않았나’라는 ‘니담의 퍼즐’ 자리에 ‘중국 기업가정신 퍼즐’이 들어온 모습이다. 일단의 학자들이 지난 5월 저널 오브 비즈니스 벤처링(Journal of Business Venturing)에 ‘제도적 후진성과 기업가적 재투자: 정치적 커넥션의 역할’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가정신은 제도적 후진성으로 인한 불확실성, 불이익을 정치적 커넥션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정경유착’으로 해석할 수 없게 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 당국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다.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고 기업가가 재산권 및 혁신을 통해 얻은 수익을 적법하게 보호한다”(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보고서), “제도와 정책 시스템을 정비해 기업가정신이 혁신 드라이브, 산업체질 개선 등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게 한다”(중국 국무원, 2016년 경제체제 개혁에 관한 의견), “기업가는 그 자체로 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 (정부의 몫인) 제도적 환경 조성은 업계 수익을 바꿔 기업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장루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등이 그 예들이다.
기업가는 ‘제도적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올리버 윌리엄슨은 “제도에도 위계(位階)가 있다”며 “정치적 규제나 정책보다 위에 있는 건 그 사회의 규범과 문화”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 산출을 주도해 온 졸탄 액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의 멘트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문화적 지지가 없다면 더 이상 한국에서 발전하는 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다. (한국은) 기업이 가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을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폐쇄적이었던 중국은 기업의 이윤 창출을 인정하고 새로운 기업도 계속 쏟아진다.”(한국경제TV 인터뷰) 중국은 세계 연구개발투자에서 미국 다음이다. 한국은 절대액에서는 밀리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세계 최고다. 여기에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다. 기업가정신이 넘칠 조건을 갖춘 한국인데 뭐가 고장난 걸까.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유명한 칼 포퍼의 ‘민주주의는 혁신을 촉진한다’는 가설을 한국에서 실증적으로 검증하면 미국만큼 강하게 지지받을까. 민주주의라지만 혁신시스템은 그 반대로 가는 건 아닌가. 혹은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온갖 경제적 규제를 양산해 시장경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